신임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취임하였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찍 출범하였다. 그래서 다른 지역 문화예술재단의 맏형 노릇을 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하지만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했던 곳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이다. 그래서 신임 이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광역단일 행정계층구조이다. 이 제도는 문화정책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읍.면.동까지 일관된 문화정책을 관철시킬 수가 있다. 중복되는 문화예술 행위를 조정하는 등 효율성을 갖고 있다. 유사한 사업을 손쉽게 통합시키는 장점도 있다.
문화복지, 문화예술교육 시행 등 균형 있는 문화예술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반면에 제도의 단순화는 예술활동의 획일화를 불러올 위험성도 있다. 무엇보다 창의적인 활동이 요구되는 예술활동에 있어서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문화예술은 선심성 정책으로 숙성되지 않는다. 확실한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작품활동을 격려해줘야 예술가들도 힘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정책이 바로서야 하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문화예술 정책 시스템은 도본청의 문화정책과,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진흥본부, 문화예술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 출연기관인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있다.
서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경쟁하면서 문화예술 사업이 추진된다. 외형상으로는 제주문화예술 정책을 조율하고 집행하는 기구가 많은 것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실재 문화예술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기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창의라는 용어가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속가능한 삶의 내용과 형식이 무엇일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창의를 담아내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창의문화, 창의관광, 창의경제, 심지어 창의계급까지 관심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창의성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창의적인 인재는 돈을 따라서 움직이기 보다는 교육환경, 자연환경, 휴식 및 여가 공간, 문화 다양성이 우수한 도시를 찾게 된다. 관용, 기술, 재능을 지닌 사람이 풍부한 도시에는 창의성이 넘쳐나게 된다.
창의성은 도시간 경쟁에서 매우 유익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도시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삶을 위한 환경조성 정책이 필요하다. 모든 사업의 앞머리에 그 정책이 놓여져야 한다.
제주가 갖는 장점은 탐라에서 비롯되어 섬의 고립성, 역사적 질곡을 거치면서 숙성된 제주문화, 제주만의 문화정체성을 보유하고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가 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있다. 이미 국제적인 관광지로서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제주가 갖는 약점은 역사적으로 외부세려에 일정정도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산업구조가 편중되어 있어 관광산업의 성패에 따라 곧바로 지역경제가 영향을 받는다. 행정구조가 단일광역체제라는 점이다. 여기에다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가 제주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위협이 된다.
따라서 제주의 독창적인 문화요소를 뽑아서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원으로 키우려는 정책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예술활동을 위해서는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뒤섞인 일감들을 조율하고 꾸준히 지원하면서 키워나가야 할 사업이 많다.
새롭게 거듭나고자 하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문화예술이 나아갈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빈항아리에 물을 채우듯이 하나씩 채워나가야 한다. 제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그에 합당한 사업을 체계적으로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제주의 문화현실과 문화사적인 흐름을 포착하여 창의적인 문화예술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우선은 항아리를 만들어야 한다. 채워 넣을 내용도 염두에 두고 다듬어야 한다.
김석윤 전 제주민예총 정책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