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거나 혹은 끔찍하거나-강성분
위험하거나 혹은 끔찍하거나-강성분
  • 제주매일
  • 승인 2013.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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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8월 4일 나는 평생 처음, 바로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사람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걸 보았다. 두 아들과 함께 표선 하얀모래 축제를 즐기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표선에서 성산방면으로 가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 세 대의 오토바이가 줄을 서 달리고 있었다. 차림새로 보아 육지에서 놀러온 청년들이었다. 그런데 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오토바이들 중 맨 마지막 오토바이가 갑자기 튀어 오르듯 뒤집어지면서 마른하늘에 청년이 날아올랐다. 헬멧이 벗겨져 뒹굴고 청년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무섭게 오토바이와 뒤엉키며 주르룩 쓸려 갔다. 낭만의 제주도에 열정을 뿌리던 젊은이들의 여행은 순식간에 끔찍한 악몽으로 돌변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달렸다면 아마 나는 제2의 가해자가 되었을지 모른다. 아이들이 뒷좌석에서 자고 있어 더욱 천천히 달린 것이 천운이었다. 내려서 살펴보니 청년은 일어서질 못했고 어깨와 온 다리의 피부가 벗겨져 거의 뼈가 보일 지경이었다.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길을 돌아가 청년의 뒤편에 차를 세우려다보니 사고가 난 지점에 어른 주먹 두 개 만한 돌멩이가 있었다. 사고의 주범이었다. 아니 주범은 앞을 제대로 안보고 달린 젊은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 돌이 거기 있게 만든 그 누군가 일까? 제주도는 돌이 많으니 어느 도로건 돌멩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본다. 누가 일부러 던져 놓진 않았을 테고 돌을 실어 나르는 트럭에서 떨어졌으리라. 젊은이들은 주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제주도를 일주하거나 횡단하는 걸 즐기다보니 이런 위험에 상당히 많이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제주의 도로에는 돌멩이 말고도 위험요소들이 꽤 많다. 자전거 도로 겸 인도는 차도와 연결되는 부분이 매끄럽지 않고 요철처럼 오르락내리락 거려 바퀴에 펑크를 내기 일쑤다. 때때로 길에 말리고 있는 농작물들 때문에 수시로 차도에 들어서야 하고 죽은 채 길에 눌러 붙어 있는 들개와 족제비 등 야생동물들은 갑자기 핸들을 틀게 만들기도 한다. 어느 길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유독 제주도에 많다는 느낌이다. 동물의 사체는 말라붙어 결국은 저절로 형제가 다 없어질 때까지 치워지지 않는 것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이자 세계 7대 경관을 자랑하는 제주도인데 도로의 청소 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길옆의 꽃들을 늘 가꿔서 사계절 어느 길이나 아름답고 넓게 확장 혹은 새롭게 포장을 해서 길은 점점 넓어지고 좋아지고 있다. 그런데 아름다운 도로 위를 달리다 위험하거나 혹은 끔찍한 장면들을 마주할 때면 아쉬움을 넘어 개탄의 한숨이 나온다. 사람들은 길을 따라 다닌다. 우리가 만든 길을 다니러 온 손님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 경관뿐 아니라 길 위의 안전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돌이나 흙을 운반하는 트럭들은 과적을 자제해야 한다. 도로 공사 현장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도로 위의 청결을 유지하고 위험요소 제거에 힘을 기울인다면 가장 아름다운 길뿐 아니라 안전한 길을 가진 제주도가 되지 않을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강성분-자연농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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