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큼은 알아주는 선수가 될거예요”
“한국에서 만큼은 알아주는 선수가 될거예요”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3.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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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가 만난 제주체육 유망주 장거리 육상 박민호
‘육상계 물건이 나왔다’ 기대 한몸...소년체전 실패 딛고 새로운 비상준비

▲ 제주 육상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제주중 박민호. <박민호 기자>
“그동안 저를 믿고 대회를 기다려주신 코치님과 도움을 주신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지난 5월 대구광역시에서 치러진 제42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체전 참가 사상 장거리 육상 첫 메달 사냥에 나섰던 열여섯 어린 선수의 도전은 그렇게 실패로 끝이 났다.

첫 번째 도전을 실패했지만 지역 육상계에선 ‘제주육상에 물건이 하나 나왔다’는 표현으로 소년을 평가한다.

또래보다 월등한 심폐능력을 가진 소년. 여기에 누구보다 성실하고 육상에 대한 의지도 강해 김원탁, 황영조 등 제주출신 계보를 잇는 한국육상의 간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소년체전 이후 재활을 끝내고 더 큰 무대를 향한 비상을 준비 중인 제주장거리 육상 유망주 박민호(제주중 3)를 만났다.

지난해 통일역전마라톤 5위(구간), 지난 3월 코오롱역전마라톤 1위(구간). 초등학교 6학년때 운동을 시작한 민호는 그렇게 전국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코오롱 대회 이후 배문고, 서울체고, 전북체고 등 전국 육상명문 고교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한 장밋빛 조건을 뿌리친 민호는 내년 남녕고로 진학을 결정했다.

지난 4월 소년체전 준비 과정에서 골반에 염증이 생기는 부상을 당해 2개월여의 슬럼프를 겪기도 한 민호. 아직도 당시 대회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제주 육상사상 42년만의 메달을 눈앞에서 놓친 어린 선수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긴 것.
“주위에서도 그렇고 저 역시도 메달은 꼭 따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상 때문에)기록이 나오지 않았어요” 민호는 그렇게 자신을 자책했다. 출전선수 20명 중 11위. 아픈 몸을 이끌고 참가한 민호의 소년체전 마지막 기록이다.

“저한테 거는 기대감을 알고 있었어요. 미안한 마음에 코치님과 도움을 주신 분들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주위의 기대는 어린 선수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체전 이후 재활에 매진한 민호는 이제 더 큰 무대를 향해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출발선에 선 민호는 ‘기왕 뛰는 거 재미있게 뛰자’는 다짐을 한다. 언제나 즐겁게 달리는 게 민호의 꿈이다.

“지난해 진로를 이쪽으로 가야겠다고 결정했어요. 이제 시작했으니 한국에서 만큼은 알아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또래보다 조금 일찍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 민호는 그렇게 더 큰 무대를 향해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양수영 전 제주도육상연맹 전무이사는 “그놈 물건은 물건이다. 의지도 좋고, 심폐기능, 성실함 등 장거리 선수가 갖춰야 할 장점은 다 갖췄다”며 “현재로선 체격(168cm)이 작지만 성인 마라토너의 이상적인 키가 173cm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민호는 아주 좋은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 전 이사는 하지만 “자주 찾아오는 부상이 민호의 앞길을 막을 수 있다. 이 문제가 이 아이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현 시점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일부 지도자들의 욕심 때문에 어린 유망주들의 선수 생명이  줄어드는 모습을 지켜본 이 육상 선배는 민호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도를 맡은 양순규 코치 역시 양 전 이사와 생각이 같다.

양 코치는 “민호는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이라며 “이 꽃이 활짝 피어나는 시점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천천히 기다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 코치는 “코오롱대회 이후 전국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밀려들고 있지만 본인이 제주에서 운동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제주에 머물기로 했다”면서 “고교 진학 이후 좋은 몸 관리만 잘 해 준다면 반드시 한국 육상의 간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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