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는 지난해 이후 경기하강 국면을 치달아 왔다. 소비부진, 국내투자 부진 등 내수부진에 따른 경기침체의 확대, 물가 불안 등이 겹치면서 우리 경제는 불황의 늪에 허우적 거리고 있다.
이 같은 국가경제의 불황은 제주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제주경제는 심각한 경제불황에 빠져 있다.
올해 들어 2월까지 경제동향을 보면, 실물부문의 경우 제조업의 생산·출하·재고동향은 여전히 부진 상태이다. 관광산업은 전년동월 대비 관광객수,관광수입면에서 각각 6.1%, 0.3% 오히려 감소했다. 건설업의 경우 미분양주택 적체 해소가 지연되면서 일부 공공부문 토목사업을 제외하고는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건설수주 및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되어 전년동월 대비 25% 감소했다. 도·소매업의 경우도 소비심리가 여전히 위축되어 있어 대·소형매장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
이렇듯 제주경제가 불황을 겪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첫째, 제주경제의 주력산업인 관광산업과 농업의 성장 정체가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관광산업은 1970년대 8.5%, 1980년대 16.8%로 높은 성장을 유지함으로써 제주경제성장을 촉진시켰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3%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관광목적지로서의 경쟁력 약화가 주된 원인이 되었다.
농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연 12%씩 성장해 제주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1990년대 들어와 농산물시장이 개방되면서 최초로 타격을 받은 것이 바나나·파인애플 등으로 폐농화의 길을 걷게 된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감귤 파동도 시장개방에 따른 적응위기라 할 수 있다.
둘째, 건설업 및 도·소매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주도내 건설업은 건설시장이 개방되면서 건설면허가 자유화되면서 신규업체 증가에 따른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경영수지가 악화돼 계속 도산사태를 맞고 있다.
도내 건설업체들은 건설수주시장의 한계에 따른 물량부족으로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경영수지가 악화돼 만성적인 자금난에 봉착해 있는 것 또한,경제의 어려움을 가져오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형 유통업체의 도내 진출에 따른 기존 영세 유통업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셋째, 최근의 국가경제의 불황이 제주경제 불화을 가속화시켜 왔다. 제주경제는 60%이상이 지역외수요에 의해 결정되고 있어 국가경제의 호·불황에 직접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일부 제조업 및 건설업을 제외하고는 제주도내 관광산업, 농수산업 등의 성장이 국가경제의 수요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주경제가 겪고 있는 경제불황은 일시적·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지속형의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다. 관광산업의 경쟁력 약화,농산물시장개방에 따른 농업의 적응위기,건설업·유통업의 과당 경쟁으로 따른 경쟁력 약화 등은 1~2년 사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내외적 요인이 동시에 제거되어야만 근치될 수 있는 복합불황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불황의 원인이 국가경제의 침체에 따른 대외수요의 감소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경제가 완전히 회복된다하더라도 제주경제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구조적 변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문제의 완전 해결은 바랄 수 없다는 것이다.
제주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경쟁력기반이 강화될 수 있도록 도내 산업구조조정이 종합적인 지원체제하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김 태 보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