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안될 것 알면서?…또 논란만 키우나
어차피 안될 것 알면서?…또 논란만 키우나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3.0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선시장, 임명직과 권한 비슷…행정시장 3명은 '물타기'
도의회 동의·제주특별법 개정안 내달 국회처리 '불투명'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고충석·이하 행개위)가 지난달 29일 제주도에 최종안으로 권고한 ‘직선 행정시장안’은 시장은 주민투표를 통한 직선으로 뽑고 기초의회는 구성하지 않는 ‘안’이다.

행개위는 ‘직선 행정시장안’의 기본방향은 주민이 행정시장을 직접 선출하도록 해 주민의 공적 욕구에 대한 행정시의 대응을 높임과 동시에 안정적인 임기(4년)를 보장해 직선 시장의 행정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직선 행정시장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과 조례의 규정에 따라 독자적인 인사위원회를 설치하고 4급(행정시 국장급) 이하 공무원의 승진·전보·징계 등의 자율권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직선 행정시장안’이 시작된 배경을 보면, 행개위 출범 자체가 우근민 지사의 선거 공약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우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자 시절 “기초자치단체장은 주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부터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는 이야기가 시작됐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2011년 3월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설치·운영조례’를 제정하고 2011년 4월 11일부터 행개위를 구성, 지금에 이르렀다.


▲어떻게 진행됐나

제주도의회와 행정시 추천인사, 국내 지방자치 전문가 등 15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행개위는 ‘행정체제 개편안’이 2014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적용될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해 추진했다.

행개위는 그동안 25회의 도민설명회와 토론회를 했고 제주도의회의 ‘부대조건’을 반영, ‘시장 직선안’, ‘기초자치단체 부활안’, ‘행정시 권한 강화후 행정체제 개편안’ 등 3개안을 확정했다.

이 가운데 여론조사도 세 차례 실시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시행된 여론조사에서는 유효표본 수 3051명 가운데 38.3%가 ‘시장 직선·의회 미구성’을 택했고, ‘시장 직선·의회 구성’은 37.1%로 나타났다. 95% 신뢰 수준에 오차가 ±1.77%여서 두 개 안은 모두 오차범위 안에 있는 것이다.

행개위는 그러나 지난달 29일 ‘직선 시장안’으로 27개월 동안의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권한 제약은 여전
우선, 행정시장을 직선으로 뽑아도 여전히 권한에 제약이 있다. 제주특별법 제17조 5항에는 ‘행정시장이 도지사의 지휘 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 말은 결국 주민투표로 뽑혀도 시장은 여전히 ‘법인격을 갖추지 못한’ 행정시장으로서 제주도지사의 지시를 받는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현재 임명직 시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 내년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출마를 공식화한 김방훈 전 제주시장도 “법적 지위가 없는 행정시장이기 때문에 임명직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의회와 갈등
도의회와의 갈등도 예견된다. 제주도는 도의회와 정책협의를 거치겠다고 했으나 도의회가 이를 거부하고, 전체 의원의 의견을 모아 공식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상황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의회 박희수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서로 다른 일정으로 오는 10일까지 해외방문을 진행하고 있다. 정책협의를 하거나, 전체 도의원의 의견을 모으거나 오는 10일까지는 진전을 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행정시장 3명안 ‘물타기?’

행개위는 이와 함께 현행 2명의 행정시장을 3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안했다. 인구비례를 고려해 제주시 선거구를 동·서로 나누자는 것이다.

이는 선거구 획정 등 법적으로 거쳐야 하는 일정들이 많아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들어 ‘직선 행정시장’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의도로도 해석되고 있다.

△공약 짜맞추기

행개위는 ‘행정체제 개편안’이 2014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적용될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해 추진했다고 밝혔고, 그 대안으로 ‘직선 행정시장안’을 내놨다. 우 지사의 “2014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행개위가 27개월 동안 활동을 통해 재확인한 것이다.

행개위는 스스로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현재 시·군 통합으로 제주도 광역체제인 ‘단층제’에서 다시 ‘2층제’로 되돌아가는 것은 어렵고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제주특별법과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우 지사가 말한 ‘2014년 선거에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특별법 개정 국회 통과 미지수

행개위는 ‘직선 행정시장’을 내년 선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 제주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지방선거 60일 전까지 제주특별법이 개정되면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지만, 제주도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도로서는 9월 정부입법 절차를 예정 중인 제도개선안과 함께 처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제주만을 ‘예외 사항’으로 판단해 처리해 줄지는 불투명하다.

▲앞으로 남은 것은

제주도는 이를 위해 어떻게든 도의회의 동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생각이다.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제주특별법을 개정하는데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할 논리가 생긴다는 계산이다.

또 ‘직선 행정시장’에 대한 도민 의견 수렴도 해야 한다. 절차도 복잡하고 비용(지방비)도 많이 드는 주민투표보다는 ‘보다 간단한’ 여론조사를 택할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직선 행정시장’에 반대하는 여론을 돌리는 것도 제주도가 해야 할 일이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제주특별법 개정을 이루고 ‘직선 행정시장’을 내년 선거에 반영을 목표로 하는 제주도로서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물론, 제주도가 도의회의 동의 없이 국회의원 발의 등을 통해 제주특별법을 개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은 택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