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비의 공이 움직이고 바로 경기 중단을 선언한 것은 어떤 이유인가요?"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 3라운드가 강풍 때문에 중단되고 나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박인비를 위한 경기 중단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3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올드 코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 3라운드 경기는 강한 바람 탓에 출전 선수 69명 가운데 7명만 경기를 마쳤다.
나머지 선수들은 4일 3라운드 잔여 홀과 4라운드를 한꺼번에 치르게 됐다.
3일 낮 12시30분(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밤 8시30분)에 경기가 중단됐고 이후 계속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다가 오후 6시에 최종 결정이 나왔다.
이후 수전 심프슨 영국·아일랜드 여자골프연맹(LGU) 경기위원장은 기자 회견에서 "4일 3라운드 잔여 경기를 마친 뒤 그룹 재편성 없이 곧바로 4라운드를 진행하겠다"며 "경우에 따라 5일까지 경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한 기자가 "4번 홀에서 박인비가 퍼트를 시도할 때 바람 때문에 공이 움직인 직후 경기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며 경기 중단 결정이 박인비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세계 남녀 골프 역사를 통틀어 사실상 최초로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되는 박인비를 배려해 경기를 중단했다는 '음모론'인 셈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가 우승해 올해 메이저 4개 대회를 휩쓸 것에 대비해 앞서 열린 세 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모두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에 가져오는 등 그랜드 슬램 달성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심프슨 위원장은 "그린 위에서 공이 움직인다는 보고가 짧은 시간에 5개나 들어왔다"며 "마지막에 들어온 보고가 누구의 공이었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시속 60㎞가 넘는 강풍에 공이 멈추지 않는다는 보고가
연달아 들어와 즉시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다른 기자가 "아까 그린 위에서 공이 움직인 5개 사례가 있었다는데 그럼 박인비 외에 나머지 4명은 누구냐"고 다시 물었다.
심프슨 위원장은 "그것까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종종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관대한 규칙 적용이 이뤄지는 것처럼 이번에는 박인비 위주로 판단해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그만큼 달라진 박인비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한편 4일 날씨 예보로는 경기장에 시속 30㎞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심프슨 위원장은 "그 정도면 경기를 치를 수 있다"며 "시속 48㎞ 정도까지 바람이 강해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메이저 대회기 때문에 월요일인 5일까지 경기를 해서라도 72홀은 다 치르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