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올레의 질(길)의 복합어다.
이것을 올레질로 쓰기는 곤란하다. ‘질’이 자동적으로 유성음화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자질’의 ‘질’과 같은 탁음이 돼버린다.
이와 달리 소리 나는 대로 올레찔로 쓰게 되면 원래의 ‘질(道)의 뜻이 바래진다.
올레는 그 음형을 보아 ‘오(다)’의 동사와 관계되는 것 같다. 곧 출구의 뜻보다 입구에 무게가 있는 듯싶다. 몽고어의 ‘OR’(들어가다)의 어휘도 참고가 되는데 이에 맞추려면 한국어 쪽에서 중간의 ‘Y’음이 탈락했다고 한다.
한국어에서 나리>내, 오리>외와 같은 어중의 ‘R’음 탈락현상이 있으니 전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편, 한국어의 빨래, 갈레, 날래와 같은 말을 보면 올레도 동사에 명사형성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인 듯하다.
생성 기제를 단순히 동사의 어간+접미사 식으로 간단히 규정 지을 수 없다. 올(레)를 생각하면 오히려 동사의 관형형+명사로 생각할 수 있다.
몽고어에서는 관형형이 기본형과 같은 구실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한자의 새김을 관형사형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갈레’를 생각하면 이는 ‘갈르다’에서 왔다고 하면 앞의 규정대로 되지 않는다.
어떻든 말의 생성은 복잡한 사연을 지니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런 복잡한 내력이나 사연을 지닌 제주말의 뜻이 확대 돼 버린 것은, 아니고자의로 흉내 내서 ‘올레, 올레길’로 해안가 혹은 마을 안팎의 도보로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육지 부는 물론이고 도내에서도 일부 도보애호가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많은 평범한 제주사람들이 호응한다면, 제주방언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일시적인 모방어나 유행어로 남게 될 것이다.
도보여행으로서의 ‘올레, 올레길’의 방언으로 자리매김해도 방언화자의 머리에는 사람에 따라서는 본래의 ‘올레, 올렛길’에 제2의 뜻인 도보의 길의 뜻으로 등재된다. 또는 신종방언으로 등재될 수 있다.
몽고어의 ‘OR’의 사전적 의미에도 ‘오다’라는 뜻 외에 ‘참가하다, 일언이 되다, 좋아하다, 기억이 된다’의 뜻이 있다.
올레꾼들이 제주도의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한다면 이름구실을 한 것이 된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있게 되면 도리어 욕되게 하는 일이 된다.
김공칠 전 제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