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형(型) 행정시장 직선제’는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의 도지사 공약 사항이다. 시비(是非)는 그때부터 시작 되었다. “차라리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던가 해야지 기초의회가 없는 행정시장만을 주민투표로 선출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론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선 후 우근민 지사는 강하게 밀어붙였다. 1년 뒤인 2011년 4월 27일에는 ‘행정시장 직선제’ 타당성 검토를 위한 ‘행정체제 개편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그 후 장장 2년3개월여 동안 ‘행개위’는 몇 가지 행정체제 개편 방향을 놓고 토론과 연구 활동을 벌여 왔다.
드디어 행정체제 개편위원회는 29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역시 ‘우근민 형(型)’ 행정시장 직선제를 최종적으로 채택, 도지사에게 권고키로 한 것이다.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게 있다. ‘행개위’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최종안으로 채택, 우근민 지사에게 권고키로 하면서도 가장 이상적인 것은 행정시장 직선제가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고 했다. ‘최선’을 버리고 ‘변칙’을 선택한 셈이다.
그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경우 중앙정부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를 부여하면서 시군을 행정시로 통합, 단층화 했기 때문에 다시 이층화가 어렵고, 제주특별법과 자방자치법 등 관련법을 고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행정시장 직선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의 이해를 구해야 하고 제주특별법도 개정해야 한다. 다만 행정시장 직선제가 절차상 약간 수월하다는 것뿐이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최선이 아니지만 내년 지방 선거 때 동시 실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채택되고, 기초 자치단체 부활은 최선책이지만 절차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아 시일이 많이 걸린다 해서 배제해 버렸다면 그것은 공약한 도지사 한 사람을 위한 행정체제 개편이지 제주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가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기초든 광역이든 의회가 없는 시장만의 주민 직선은 변칙이요 반칙이다. 국회가 없는 나라는 독재 국가이듯 의회가 없는 민선 시장은 풀뿌리 민주시장이 될 수 없다. 이 변칙이 실현된다면 필연코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고 몇 년 못가 도민들은 다시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현 체제를 그대로 두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