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서야 오랜만에 지나게 되는 ‘산록도로’다. 서귀포 동홍동 솔오름 자락, 안개가 걷히면 어마어마한 장막이 드러난다. 이어지는 회색 펜스만큼이나 큰 거대자본이 제주에 들어왔다. 중국 최대그룹인 녹지그룹 회장 장위량은 제주도 서귀포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에 투자처를 정하고 올해부터 제주도는 진입로 공사를 시작했다.
서귀포 천혜의 환경에다 힐링, 헬스, 케어, 환경을 버무려 거대산업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전쟁같은 일자리 만들기의 핵심은 해외 자본유치이며 이것만이 길이라고들 한다. 지상파 방송은 매일 같은 시간대에 자본유치를 반복적으로 이야기 해댄다. 천천히 진행되는 생태와 자연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다. 그렇게 우리 산하를 천천히 걱정하며 바라보는 사이, 자본은 쾌속으로 마을 바로 위 산허리에 거대한 몸집으로 또아리를 틀기 시작했다. 제주가 대륙의 자본에 간택된 것이다. 침탈의 역사만 존재했었던 제주가 외부자본의 ‘간편한 먹잇감’이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무거운 걱정이 앞선다. 제주는 작고 탐나는 자태로 사방으로 뻗을 수 있는 입지를 가졌다. 그렇게 조성된 헬스케어타운으로 온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제주에 오기 전 잃어버렸던 건강을 찾아주기 위해서 수 천 년 산 밑 터전을 떡밥으로 다 주게 될까 염려된다. 서귀포의 지역적 강점을 날로 가져가면서 혜택은 최소한일 수밖에 없는 것이 기업구조인 것을 알기에 말이다. 얼마 진행되지 않은 건설 현장에서 소음과 먼지로 주변농가가 피해를 보고있는 데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겪게 될 많은 문제를 쉽게 예상하게 된다.
물론 산업기반이 취약한 서귀포에서 다양한 고용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 고급 관광객들이 제주관광의 새로운 페러다임을 만드는 계기라는 것 등 몇 가지 강점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누구나 아는 드러난 강점 말고도 지역민으로서 스스로 만들고 이끌어 내야하는 가치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자본이 움직이면 사람마음도 움직이고 권력도 움직이고 여론도 그를 따라 움직이는 법이니 말이다. 이런 환경 안에서의 마을을 지키며 산다는 것, 마을의 문화를 지키며 소신있게 산다는 것은 힘들다. 다가올 제주의 외부투자의 물꼬를 트는 시점에서 우리들의 화두는 제주정신이 서려있는 문화를 단단히 정립해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단히 지켜내야하는 구심점들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다.
이런 자본 유치로 자극받은 젊은이들이 시계를 넓히고 더불어 제주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포용성 있는 신화의 정신가치를 발휘하는 제주정신의 예술의 창의적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런 자본의 소용돌이속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로 제주다운 음식, 환경, 제주정신을 발굴해야 한다. 건강한 노동으로 자연인으로 삶을 살아왔던 아름다운 제주 문화를 당당히 제시하는 그 구심점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구름 거치고 느닷없이 보이는 짙푸른 7월의 산허리를 볼 때마다 절로 ‘할로영주산!’하고 신화 속 한라산의 이름을 길게 되 뇌이게 된다. 감탄사로 되어있는 제주 땅의 이름 안에 새로운 이름들이 새겨진다. 해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잠시 빌려 쓰고 제자리에 놓아두고 가야하는 것이 삶이라 말한다. 제주문화에 대한 단단한 자부심을 갖기에 우리는 충분하다.
조형작가 변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