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구경도 못해…농사 망치는 건 아닌지…"
"비 구경도 못해…농사 망치는 건 아닌지…"
  • 허성찬 기자
  • 승인 201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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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역 '마른장마'에 콩 등 농작물 말라죽어
주말까지 비예보 없어…행정당국, 급수지원 총력

지난 26일 모처럼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지만, 가뭄해갈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농심이 더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6일 오전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면서 조천읍 대흘리 39.5㎜, 조천리 35㎜, 구좌읍 행원리 23.5㎜, 제주시 건입동 11.4㎜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서부지역은 애월읍 5㎜, 유수암 0.5㎜, 한림 1㎜, 어음 1㎜, 고산 0㎜ 등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등 20여일째 ‘마른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서부 일부 지역은 토양수분 상태를 나타내는 표면장력이 500kPa을 넘어가는 등 사실상 가뭄상태에 접어들어 콩과 참깨, 수박 등 밭작물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7일 오후 한림읍 동명리의 한 콩밭. 무더운 날씨에도 밭주인 최모(68.여)씨는 호스를 잡고 밭에 물을 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달 초 콩을 파종했지만 메마른 날씨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루 2번씩 호스를 이용해 밭에 물을 주고 있지만 생육이 더딘데다, 말라죽는 잎까지 생겨나고 있다.

최씨는 “비날씨가 예보돼 기대했었는데 비는 구경도 못했다”며 “이러다 콩 농사를 망치는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도내 수박주산지인 애월읍 신엄리 지역 농민들도 하늘이 야속하기는 마찬가지다.

상품 수박(9~10㎏) 1개 가격이 1만6000~1만8000원으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계속된 가뭄으로 수박이 잘 여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난달 계속된 비바람으로 낙과량이 많아 수박 수확량은 전년 대비 20% 넘게 줄어든 상황이다.

박모(47)씨는 “가뭄이 계속되면서 줄기도 메말라버리고 수박이 잘 크지를 못하고 있다”며 “예년 같았으면 3회 정도 수확하지만 올해는 겨우 1번이 고작이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기대했던 장맛비가 ‘찔끔’ 내리면서 가뭄해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데다, 기상청 주간예보에 따르면 29일부터 8월 3일가지 비예보도 없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시와 서부소방서는 급수탑을 개방하고 연못에 양수기와 펌프 설치, 소방차량을 이용한 물빽 급수 지원 등 가뭄해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고 곳곳의 연못이 말라가며 농업용수 지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제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6일 이후 20여일만에 비가 내렸으나 8월 3일까지 비 예보 없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라며 “가뭄피해가 없도록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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