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베트남에 서식하는 뎅기열 매개 모기가 발견됐다.
28일 이근화 제주의대 교수 연구팀의 ‘기후변화.세계화가 모기 매개체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잡힌 흰줄숲모기(뎅기열 매개체)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베트남에 서식하는 것과 일치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2010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 서귀포시 보목동.영천동.중앙동.천지연 등 도내 7개 지역에서 감염병 매개 모기를 채집했다.
이번에 발견된 모기는 국내 남부지역에 자생하는 종류와는 유전자 계통분류상 다른 것으로 뎅기열 창궐 지역인 베트남 흰줄숲모기의 서식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현상은 제주도 등 남부지역 기후가 점차 아열대로 변하면서 공항과 항구 등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베트남 흰줄숲모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연구팀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2년까지 지난 41년 동안 제주도 기온은 평균 1.7도 높아져 아열대 기후로 변했고 이번 조사에서 채집된 흰줄숲모기의 지역별 개체 수도 제주공항(166마리)과 제주항(800마리) 근처가 다른 5곳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지금까지는 다른 지역에서 감염병 매개 모기가 들어와도 기후가 맞지 않아 모두 죽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에서 외래 유입 모기가 상당 기간 생존, 뿌리를 내릴 가능성까지 확인됐다.
이에 따라 조만간 국내에서 모기에 물려 감염된 뎅기열 환자가 발견되고 이후 토착적으로 유행할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뎅기열(dengue fever)은 뎅기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돼 생기는 병으로 고열을 동반하는 급성 열성 질환으로 열대지방과 아열대지방 등에 분포하는 뎅기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병이지만, 최근에는 유행지역에 다녀온 후 발병하는 경우가 매년 30여 명씩 보고되고 있다.
이근화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흰줄숲모기는 다행히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만약 감염된 모기가 국내로 들어와 사람을 물면 한반도에도 토착적으로 뎅기열이 발생하고 퍼질 수 있다는 뜻”이라며 “제주도가 열대성 질병이 한반도로 유입되는 관문인 만큼 제주도에 열대성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연구.조사하고 대유행을 예측할 수 있는 전문기관을 세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