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와 달리기(1)
두뇌와 달리기(1)
  • 허계구 논설위원
  • 승인 200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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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서 달리기’ 두뇌 활성화에 최고 좋은 운동

구보따 기소오(久保田 競)교수는 자기가 출연한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서 역겨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TV화면에 나온 그의 모습은 두 다리 달린 나무통 같이 뚱뚱했다. 지적인 매력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그 모습을 보며  창피스러움도 느꼈고 이렇게 뚱뚱한 사람은 심장혈관계의 병이 생기는 것이 보통이기에 심근경색이나 뇌출혈로 머지않아 죽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이런 일을 계기로 하여 그는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집에서 연구소까지 2km인데 그 거리를 날마다 달려서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달리는 거리를 점점 늘려서 50분간에 12km까지 뛰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가는 일 외에는 언제나 조깅화를 신고 다녔다. 그의 몸무게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서 1년 반 사이에 18kg이 줄고 2년 사이에 22kg이나  줄어서 정상 체중이 되었고, 육체적 모습이 바뀌어 연구소에 인사하러 온 신임 사무장이 학생인가 하고 오인하는 일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체력 테스트를 하니까 25세의 체력으로 주위에 있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보다도 그의 편이 우수했다. 

그러나 이러한 육체적 건강 외에도 예상하지 않은 일을 더 발견하게 되었다.
달리기 시작해서 2-3개월이 지났을 무렵 달리는 때가, 생각을 하는데  아주 좋은 시간의 된다는 데에 관심이 미쳤다.
그는 교오또(京都) 대학의 영장류(靈長類) 연구소 소장의 일을 겸임하고 있었는데 연구소의 일들에 대해 생각해야 할 일이 많았다.
방 안을 돌아 걸어 다니면서 생각해도 잘 되지 않던 생각이 달리면서 연구소의 여러 일들을 생각했는데 생각이 잘 떠오르고 해결책이 나왔다. 약 10분쯤 달리면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30분쯤이 되면  피크가 되었다.

그는 교수이고 영장류 연구소의 소장이지만 50세가 되는 그 때까지 책 한권 쓴 적이 없었다. 단문을 쓰려 해도 좀처럼 붓이 나아가지 않아 난항 끝에 써 내는 정도로  글쓰기가 지겨웠다.
그런데 뛰면서 생각하니 생각이 잘 떠올라 책을 쓰고 싶은 의욕이 생겨났다. 달리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연이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대부분은 잊어지곤 했다.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 불경을 읽듯이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암창하기도 했다. 달리기는 그에게 있어 직관적이고 번득이는 생각을 해 내는데 좋은 시간이 되었다.  달리기 시작해서 반년 사이에 달리기에 대한 책 약 200권을 섭렵 한 후 거기에 없는 새로운 것을 더하여 뛰는 중에 책을 구상하고 머리 속으로 책을 써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애에 처음으로  책을 내었고  그것도 한 해에 3권이나 써 나왔다.

달리면서 소형 워크맨을 허리에 달고 헤드폰을 들으며 암기물을 극히 단시간 내에 능률 좋게 외워내기도 했다. 또 원고를 쓰기 전에는 반드시 달리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더 적극적이 되고 부지런해졌다.  손과 발, 입을 움직이는 일이 가벼워지고 계속 움직여 다녀도 피로하지 않게 되었다.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와서 차를 끓여다 아직도 침대에 누워 뒹굴고 있는 아내에게 갖다 줄 정도로 손발을 움직이는 일이 가만히 앉아 있는 일보다 즐겁고 좋아하는 일이 되었다.  명랑해지고 화를 내는 일이 없어져 갔다.

필자는  조깅과는 아예 생각이 먼 사람이었다. 필자가 달리는 일이, 생각을 하는데 좋은 것이란 것을 경험한 것은 아주 우연한 일로 해서였다.
근무처가 옮겨져 아침에 일찍 일어나 거의 2km를 걷고 가 버스를 두어 번 갈아타고 출퇴근하지 않으면 안 된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버스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고 또 새벽 일찍이 가서 타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일어나 보면 버스 출발 때까지 시간이 빡빡했다. 그래서 부득이 그 2km 가까운 거리를 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상하게도 매일 잠이 깨어 보면 전날과 비슷한 시간이라 계속 뛰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이 때 생각이 아주 잘 떠오르는 것을 경험하고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버스를 타고 내려서 갈아탈 버스를 기다리며 좋은 생각이 계속 떠올라 그것을 서서 메모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새로운 직장의 근처에 방을 정하고 나서 중지되었다. 나중에 구보따 박사의 책을 접하고 나서 이런 경험이 우연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달리기를 이용해 저서도 저술

사람들은 보통 조깅하면 체중을 줄이거나 혈압을 낮추고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육체적인 건강만을 주로 연상하게 된다. 학력은 고등하교 중퇴, 거리화가, 택시 운전사, 헌책방 주인, 공장 노동자 등을 거친 후 정치가가 되어 1998년부터 독일 외무 장관을 하고 있는 요슈카 피셔는 (요새  정치적 고전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달리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달리기를 해서 121kg을 75kg으로 줄이고 조금만 걸어도 씩씩거리던 사람이 마라톤에 출전하여 완주할 정도가 되었고 정신적인 변화를 느끼고도 있지만 그의 달리기에 대한 저서는 육체적인 건강 이야기의 범위에 주로 머물고 있고 다른 많은 조깅에 대한 책들도 이와 비슷한 건 마찬가지다.

조깅이 두뇌에 좋다고 쓴 책은 구보따 기소오(久保田 競 )박사가 책을 쓰기까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두뇌를 전공하는 사람이 달리기에 대하여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은 달리기를 다른 면으로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경험과 학문의 연결은 의미 깊은 일이다.  50세까지 책 한권 쓰지 않았던 대뇌생리학자인 그는, 대뇌에 있어서 전두연합야 연구의 세계 제1인자이며 달리는 대뇌 생리학자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달리기를 이렇게 이용하여  지금까지 50권에 가까운 책을 써 내었다.
그의 책은 우리나라에  한 권도 소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옛날부터 걸으면서 생각하면 좋다고 하는 말이 자주 말해져 왔고 소로우(Thoreau), 워즈워드(Wordsworth) 등 여러 사람들이 걷는 일을 창작 활동의 원천으로 삼기도 했지만 구보따 박사는 걷는 것과 달리는 것을, 생각을 하는데 있어 어느 것이 좋은가 하고 몇 번이고 비교해 보고 달리는 일이,  좋은 생각을 솟아내게 하는데 더 좋음을 경험했다.
달리는 일을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리 두뇌에 유익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유념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있다. 달리기 위해 두뇌의 일부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그 부분만이 아니라 두뇌의 다른 부분도 일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자동차의 엔진을 시동하고 중립에 놓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심장으로부터 산소가 충분히 보내어지므로 뇌가 각성되어 뇌의 시스템이 활발히 움직이고 뇌 전체가 언제고 움직이게 하는 상태가 된다.
뇌는 보통이 상태와 비교해서 10%정도 산소의 소비가 늘어난다. 뇌를 일하게 하려면 이러한 좋은 상태를 오직 달리기를 위해서만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달리기만 해서는 뇌 일반의 능률이 특별히 좋아 질 리가 없다. 단지 발을 사용하는 뇌의 일부가 좋게 되는 정도가 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뇌를 단련하는 달리기의 요체는 “생각하면서 달려라”라고 구보따 박사는 말한다. 구보따 박사에게선 처음엔 연구소에 대한 생각을 하여야 했고 나중에 저술을 놓고 생각해야 했다.
이와 같이 무엇을 생각하면서 달릴 때 달리기가 두뇌에 유익함을 알게 되고 두뇌의 훈련을 도와줄 것이다.
처음에 달리기를 시작해서는 이러한 일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어른은 30분 이상 달릴 수 있도록 훈련된 후가 아니면 안 되고 10세 아이는 20분 정도 더욱 어린 아이는 시간이 더욱 적어도 된다.”고 박사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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