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이 타지방에 비해 청정지역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에서 오는 청정한 바다와 맑은 공기, 깨끗한 물 등은 제주의 보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청정함을 지키려는 노력이 최근 ‘친환경’ 이라는 합성어를 만들어 냈고, 이것이 ‘농업’이라는 명사와 결합해 제주의 청정함을 나타내는 최고의 단어로 전국에 어필 되고 있는 것 같다.
제주는 환경 청정지역에 걸맞게 사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청정성’에서도 으뜸을 보인다. 이른바 관료사회나 기업들의 부정부패가 거의 없는 곳으로 곧잘 얘기된다. 부패방지위원회의 최근 조사에서도 제주지역이 부패지수가 가장 낮은 깨끗한 곳으로 분류됐던 기억이 있다.
제주지역이 부정과 부패가 존재하지 않는 청정지역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데는 인구 50만의 최소도시라는 까닭이 그 배경에 있다. 작은 마을일수록 동네 사람들이 같은 동네만이 아니고 먼 동네 박가네 집까지 숟가락이 몇 개인지 훤히 꿰듯 ‘비밀’이 없는 게 다반사다. 마찬가지로 제주지역 또한 인구로 보면 대도시의 아주 작은 구(區)단위에 불과하다, 그러니 자연스레 서로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그야말로 ‘열려 있는 사회’다.
끼리끼리 연고주의 고질병
어느 잔칫집에 가서 모르는 사람과 통성명을 하고 보면 사돈에 8촌이 되든, 어느 일가친척으로든 꼭 연결이 되고 만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바로 제주지역 사회구성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선거 때가 되면 문중이 발 벗고 나서 몰표를 몰아주는가 하면 지역출신을 80%까지 몰아주는 곳이 제주도다.
제주의 청정성은 이런 특별한 사회적 구성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네퍼티즘(연고주의)이 강한 사회에서 무엇을 댓가로 뇌물을 챙기고 부동산을 투기해 돈을 모으고 하는 것이 용납이 되지 않지만, 금방소문이 퍼져버려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청정성은 정말 사실이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것인가에 우리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도민 사회에 풍미하고 있는 각종 의혹들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고 있다. 호접란이며 인공어초며, 부동산 투기며 좋지 않은 소문들이 마치 사실인양 떠돌고 있지만 이를 해소해야할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제주사회가 청정지역이 되려면 우선 이런 의혹부터 말끔히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도층 인사들이 입만 열면 강조하고 있는 제주사회의 화합을 위해서도 이 의혹들이 해소되는 것이 마땅하다.
제주에서 연고주의는 끼리끼리 봐주기의 고질병이다. 끼리끼리 의식은 권력과 결탁할 때 한탕주의를 낳는다. 제주가 부정부패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고자들 끼리 뭉쳐 한탕 해먹고 입 조심 하기로 해버리면 제주는 오히려 터 타락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농후하다. 호접란 의혹 같은 것도 앞으로 감사원 감사로 모든 것이 드러나겠지만 이런 연고주의가 빚어낸 일들이 아닌지 모르겠다.
각종 의혹 해소 선언이 전제
그제 대통령과 정치인, 관료, 기업인, 시민사회단체들이 열린 투명사회 협약체결식을 가졌다. 한국사회에 만연돼 있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하나의 동맹체의 결성이라고 할 만 하다. 그러나 이런 것만으로 한국의 고질인 부정부패가 근절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민들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내야 성공할 수 있다.
제주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짐작이 된다. 제주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주체가 될지 모르지만, 우선 현재 도민사회에 풍미하고 있는 각종 의혹들의 해소를 선언하는 것으로 출발하는 것도 신선함직 하다. 열린 투명 제주사회를 위한 협약은 그래야 제주도민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