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이진희
그들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이진희
  • 제주매일
  • 승인 201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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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약 470년경 출생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받아 인류의 존경을 받고 있다.
 1817년 출생한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불의한 법에 대해 <시민의 불복종>이라는 책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시민의 도덕의식 개혁에 큰 힘을 쏟았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그들의 최선을 선택하였다. 인류가 걸어온 시간의 간격으로는 2천 2백년이 흐른 시간이다. 그 후로도 우리는 현재 2백년의 세월을 더 살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으며 인류를 지속 발전시켜 가고 있다.

 나는 법을 전공한 사람도, 가방 끈이 긴 사람도 아니다. 그러니 누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안다. 법이란 그것을 어겼을 때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초등학교 시절 이미 배웠다. 그런데 그 법이란 이현령비현령인 일들이 너무 많으며, 무전유죄 유전무죄인 법적용에 대해 갑남을녀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유감이다.

 지난 7월 1일 박도현 수사와 송강호 박사가 카약을 타고 해군기지 해양 공사 현장에서 오탁수 방지막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상태로 공사를 강행하여 해양을 오염시키는 현장을 촬영,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해양경찰에 신고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 일로 그 두 평화활동가는 도리어 체포, 연행, 구속되었다.

 이미 7년간 강정 해군기지 문제는 우리 제주 도민들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주었고, 너무나 많은 경제적 비용을 감수해야 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상처와 얼마나 더 많은 경제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또한 어떤 비극들이 앞으로 전개될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일이 되어 가고 있다.

 과연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무슨 대단한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잡아 가두는가.
세상이 옳고 그름에 눈 뜬 사람이라면 제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대해 ‘아니오’라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소명이다.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먹고 살만 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믿기지도 않을 민군 복합 항이 건설되면 얼마나 더 커다란 평화가 보장되고, 얼마나 더 큰 부귀영화가 약속되며, 얼마나 더 큰 안전한 행복이 주어지기에 뭇 생명들을 가차 없이 학살하고 평화롭게 사는 마을을 전쟁터로 만들어 서로 원수가 되게 하는가.

 전국 1%에 지나지 않은 작은 섬. 수탈 받고 설움 많은 땅. 도민 전체가 ‘아니오’라고 외쳐도 부족한 선조들의 영혼을 달랠 수 없는 4.3을 겪은 땅. 이제 우리는 우리의 고향에 대해 사랑한다고 차마 말하기조차 부끄럽도록 갈보가 되어가는 땅.

 누가, 누가 과연 제주 땅을, 제주 도민을 갈가리 찢어발기는가.
 누가, 누가 과연 제주도민을 도덕심 없는 시민으로 폄하시키려 조작하는가.
 이기적인 탐욕에 눈 먼 자본 권력의 속임수, 그 뒤로 정치권력이 바짓가랑이 찢어지도록 할딱거리며 쫒아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돈으로 찍어 바르고, 주렁주렁 장신구 달지 말라. 본질만 사라질 뿐이다.
 제주, 그 본질만으로 아름다움 충분하다.

 박도현 수사, 송강호 박사 그 이전에 갇혀 있는 두 사람 모두 도덕심 높은 시민으로서 평화활동가들이며 그들은 자신들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을 뿐이다.

 제주의 괴물이 될 해군기지,
 반대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탄압하지 말라.
 그들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결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인류는 전제군주제, 입헌군주제를 거쳐 현재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제도를 2천년 이상 싸워서 얻어냈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주권을 시민들에게 안겨주는 것이며 마땅히 시민은 그 주권을 향해 도덕심을 키워가는 것이 의무이며 권리다. 갇힌 사람들은 바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선구자들이다. 선구자는 어느 시대에나 탄압의 대상이다.

 신자유주의, 이 시대에 인간이 인간으로서 구원받으려면 자연을 신앙하지 않고는 더 이상 인류의 진보는 없는 것이다.

 제주도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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