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코앞···경찰, 수사력 한계 등 드러내
제주지역에 물음표로 남아 있는 강력 미제사건이 아직도 수두룩하지만 수사는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어 경찰 수사력에 대한 의문과 함께 수사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1999년에 있었던 변호사 피살사건의 경우 공소시효 만료가 불과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구 미제로 남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 강력 미제사건 어떤 게 있나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48분께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모 아파트 입구 사거리에서 변호사 이모(당시 44세)씨가 흉기로 왼쪽 가슴 등을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수사를 위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 1000만원의 현상금까지 내걸고 사건 해결에 나섰지만 뚜렷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변호사 피살사건 관련 기록만 무려 6000페이지. 하지만 지금까지도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서 도내 대표적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소시효는 내년 11월 4일 자정을 기해 만료된다.
장기간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미제로 남은 사건은 또 있다.
2006년 9월 3일 오후 2시40분께 제주시 건입동의 한 소주방에서 주인 한모(당시 52세·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별다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면서 ‘소주방 여주인 피살사건’은 미궁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 밖에도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장기 강력 미제사건은 △원룸 여성 피살·방화사건(2006년 2월 18일) △서귀포시 주부 피살사건(2007년 9월 16일)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사건(2009년 2월) 등이 있다.
▲ 경찰 수사 의지 있나
4년여 전에 발생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사건은 경찰의 수사력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다.
2009년 2월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배수로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여)씨가 실종 일주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이틀 전에는 아라동에서 가방 등 유류품이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그동안 택시기사 3200여 명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는 한편, 용의차량 18대에 대한 정밀감식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으나 범죄와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한 데다 직접적인 증거 역시 찾지 못하면서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게다가 사건 발생 3년 4개월 만인 지난해 6월에는 수사본부까지 해체되면서 수사는 아무런 진척없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도내에 경찰이 풀어야 할 장기 강력 미제사건이 산적해 있어 보다 적극적인 수사와 사건 해결 의지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현재 각 서에 미제사건 전담 수사팀을 별도로 꾸려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사건 관련 서류 검토가 고작인 데다 전담 인력이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처음부터 다시 수사 기록을 분석해야 하다 보니 사실상 제대로 된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장기 강력 미제사건은 첩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보니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루 빨리 미제사건이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