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벌없이 제주감귤 미래없다
간벌없이 제주감귤 미래없다
  • 고창일 기자
  • 승인 2005.0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귤 농가들 '눈감고 아웅'

최근 공무원들과 농. 감협 직원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000ha 간벌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뛰어 다니지만 실적을 채우지 못하는 탓이다.
소량 고품질 생산을 위해 지난해 중점적으로 전개된 열매솎기에 이어 올해는 '간벌'을 지상과제로 삼았으나 지난해산 높은 가격은 오히려 이를 가로막는 변수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도 당국은 지난해산 가격 형성 추이를 보면서 "이제 농가도 고품질 생산의 의미를 확실히 알았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반면 "올해산의 추세를 지켜보면서 간벌에 나설 작정"이라는 일부 농가의 '현실론'에 기를 못 펴는 모습이다.

여기에 '언제 까지 행정당국에 기대야 하나'라는 자성론도 일고 있다.
농가 스스로, 생산자 단체를 구심점으로 제주 감귤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당위성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감귤 산업'을 보호돼야할 대상으로 안주시키기보다는 '제주를 세계적인 온주감귤 생산지'로 자리 매김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의 분석.

10일 오전 대강당에서 도. 시군. 읍면동 농업인단체 회장 등 관계자 60여명과 함께 '1/2간벌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협력방안'을 모색한 농업기술원은 제주감귤산업의 발전지표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단기적으로는 적정생산. 품질향상, 장기적으로는 구조조정. 수출확대를 내세웠다.
농기원은 단위 면적당 수입은 줄어든 대신 생활비가 늘어 농가부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소개하면서 제주 감귤산업의 발전방향을 밝혔다.

농기원에 따르면 1980년대 1ha 재배농가의 수입은 평당 1만원, 3000만원으로 당시 생활비 1500만원의 2배에 달하는 흑자영농을 실현했지만 2000년대들어 평당 5000원, 1500만원에 그쳐 생활비 2500만원의 60%에 그쳐 부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농기원은 이러한 감귤 농가의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폐원. 간벌. 작형변형. 불량과 버리기 등 수급조정을 비롯해 간벌. 품종갱신. 완숙출하. 안전농산물생산 등 품질향상으로 수요확대, 품질위주선과. 출하조절. 브랜드상품화 등 유통개선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또한 간벌효과로 당도가 9.3브릭스에서 9.8브릭스로 높아지고 산도는 1.31%에서 1.24%로 낮아져 감귤의 맛을 결정짓는 당산비가 7.9로 향상된다고 분석했다.
1/2간벌농가의 300평당 농약살포시간은 1.2시간으로 무간벌 감귤원 3시간 대비 33%수준이고 수확시간도 크게 준다는 것이다.
2003년산 기준으로 고품질 감귤생산에 성공한 제품으로 분류되는 불로초 가격은 15kg당 2만5370원으로 일반 감귤 8980원의 3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호 농기원장은 이와 관련 "지난해산 높은 가격, 날씨 등이 간벌실적 저조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 한 뒤 "행정당국 및 관련 기관들이 1/2간벌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농가 인식이 변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나 혼자만이라는 생각이 제주 감귤산업 전체를 어렵게 한다"고 농가 참여를 당부했다.

▲언제까지 행정당국이 중심이 되야 하나.

미국의 오렌지 다국적기업인 선키스트 등이 당초 생산자 조합에서 발전한 것이라는 점을 도내 현실에 비춰볼 때 과도한 비유라고 여겨지지만 제주도 감귤 산업의 주체가 이제는 어느 정도 농가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자성론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지난해까지 전개된 폐원사업에 지원되는 보상금이 올해부터 적용되지 않아 일부 농가에서 "돈을 안주는 데 왜 간벌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제주도당국이 서두르는 유통혁신을 위한 대형선과장 사업에 설치되는 비파괴 선과기의 경우 막대한 비용 탓에 국고보조에 기대고 있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 비용을 농가들의 모임인 생산자단체에서 담당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제주도 감귤 농가 자체가 자생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여기에 생산자 단체의 소극성이 더해져 매년 감귤 농사는 행정기관이 기획하고 농가와 생산자 단체를 이를 따르는 '주객이 전도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농가와 생산자 단체의 주체적인 움직임을 행정 당국이 돕는 구조라야 오히려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분석 속에서 제주 감귤산업도 이제 '판을 바꾸려는'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농업 전문가들은 "농산물 수입개방, 자유무역 추세는 더 이상 정부가 농민들을 지원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 한 뒤 "감귤도 하나의 산업이라는 인식아래 좋은 품질을 만들고 걸 맞는 유통구조를 이루고 마케팅을 펼쳐 소득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