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 40%인 민간사업장
한 관광개발 업체가 사업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부지의 40%는 국공유지라고 한다. 이 업체는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중산간 지역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업체는 총 사업비로 2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면서도 ‘국공유지 매각’이라는 특혜를 베풀어 주지 않는다면 사실상 사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 사업부지 47만6000여㎡ 중 사업시행자 측 소유 토지는 겨우 전체의 39.7%, 18만8922㎡뿐이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도유지(道有地)가 18만3048㎡, 국유지가 6143㎡다. 그 외 개인소유도 있다. 즉 국공유지가 전체 부지의 39.7%로서 사실상 사업시행자 소유 토지와 맞먹는다.
결국 이 사업시행자는 국공유지 매입을 전제로 ‘상가관광지 개발’이라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사업자는 국공유지 매입에 대한 제주도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유산 처분, 도민에 대한 배신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반세기, 길게는 1세기 이상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국공유지라는 유산(遺産)을 근년 들면서 무분별하게 팔아 넘겼거나 그렇게 하려고 하는 데 있다.
‘(주)보광제주’의 경우도 그렇다. 막대한 국공유지가 있는 성산포 섭지코지 인근을 관광개발사업인 ‘휘닉스 아일랜드’ 부지로 선정, 지구내의 국공유지를 모두 매입했다. 그리고 ‘투자진흥지구’로 지정 받아 엄청난 세제혜택까지 받았다. 이후 사업이 진척돼 땅 값이 오르자 일부 부지를 되팔아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국공유지를 헐값에 사들여 부동산 장사를 한 셈이 되었으며 제주도는 이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았다. 이 뿐이 아니다. 역대 제주도정이 명분을 찾아가며 귀중한 유산인 국공유지를 매각한 사례는 비일비재(非一非再)다.
2011년에도 서귀포시 색달동에 사업부지 133만여㎡의 92%인 광활한 국공유지를 사들여 롯데관광단지를 조성하려다가 무산된 사례가 있다. 도민 반대가 없었다면 엄청난 국공유지가 팔려 나갈 뻔 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애월읍 ‘상가관광지 개발사업지’에 포함된 국공유지 18만3000여㎡까지 팔아넘기려 하는 것 같다. 이래서는 안 된다. 오랜 세월 지켜 오던 제주 선대들의 유산을 이렇게 분별없이 팔아버리는 것은 제주도정의 선대(先代)에 대한 불효요, 도민에 대한 배신이다.
물론 유산도 꼭 필요할 때는 팔수가 있다. 하지만 재벌들의 땅 장사나 개발 사업자를 도우려고 처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道有地 매각 1등 지사는 누구
사실 제주도내 공유지는 4개 시군 자치단체를 통합, 제주도 단일 자치단체로 일원화 하면서 망조(亡兆)가 들었다.
종전에는 4개 자치단체 중 북군이 가장 공유지가 많았다. 다음이 남군, 서귀포시 및 제주시였다. 당시만 해도 제주도는 도유지(道有地)가 거의 없는 빈털터리였다. 그러다가 4개 시군 자치단체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횡재한 제주도는 갑자기 공유지 부자가 되었다. 과거 시장-군수들이 아꼈던 옛 유산인 공유지 지키기가 특별자치도 시대에 와서 허물어지고 있다.
이미 (주)보광의 땅장사 제물이 된 성산포 섭지코지 인근 공유지는 남군 재산이었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애월읍 상가리 공유지는 북군재산이 아니던가.
우리는 우(禹)도정에 간곡히 바란다. 애월읍 상가리 공유지를 팔아서는 안 된다. 후대에 갈 수록 더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의회에도 바라고 싶은 것이 있다. 역대 도정(道政)중 국공유지를 가장 많이 매각한 도지사가 누구인지를 밝혔으면 한다. 도유재산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