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태권도 50년사 주역...김두은 도태권도협 고문
제주태권도 50년사 주역...김두은 도태권도협 고문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3.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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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가 만난 제주체육 버팀목
제주 교육.체육 산 증인 병마와 힘든 싸움중

 

▲ 김두은 고문.
“제주체육을 위해 헌신하신분인데, 지금은 허무한 생각마저 든다...” 한 평생 제주체육과 후진양성을 위해 온몸을 던진 제주도태권도협회 김두은 고문의 부인 좌정선(80)여사는 병상에 누워있는 김 고문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학교 선생님 그리고 교육행정가, 제주도체육회와 태권도 협회 임원 그리고 교육위원(의장)까지. 김 고문의 삶은 제주교육의 역사이자 제주체육의 역사다.

“평소에 아프단 소리 없이 잘 지냈었는데 올 1월쯤 배가 아프다고 병원을 찾은 후 몇 달째 병상에 누워계신다” 좌정선 여사는 떨리는 목소리를 이어갔다.

지난 1월 장경색 수술 직후 찾아온 합병증(부정맥. 심장, 신장 질환 등)으로 지난 2월 병원에 입원한 김 고문은 벌써 수개월째 일반 병실과 중환자실을 오가며 힘겹게 병마와 싸우고 있다.
 
“지난 1984년 전국소년체전 이후 업무 스트레스로 이가 다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땐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좌 여사의의 눈이 다시 붉게 달아올랐다.

김 고문은 그런 사람이다. 일을 시작하면 그 끝을 보는 성격이다. 그런 그도 세월의 무게는 견딜 수 없었다.

‘체육 1세대’, ‘제주체육의 산 증인’, ‘제주체육의 초석’. 그를 기억하는 후배들은 그의 이름 앞에 이 같은 수식어를 붙인다.

병상에 누워있는 그를 보며 많은 후배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전 여사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일어날 수 있다면 그 도움을 받겠지만 지금을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생각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1930년 제주시(이도동)에서 태어난 김 고문은 제주농고와 조선대 (문리과학대학 체육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교사생활을 시작한 그는 대정․애월․제주일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장학관 등을 역임했으며 제주도체육회 이사․부회장․고문직과 제주도핸드볼협회초대회장, 제주시교육청 교육행정자문위원장. 제주도의회 교육위원(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퇴임 후 수필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 고문 일생의 최대 업적 중 하나가 바로 ‘제주 태권도 50년사’ 편찬이다.

▲ 20대 중반 시절 도복을 입은 김두은 고문.

 결혼 이후 20대 중반 무렵 태권도에 입문한 김 고문은 2005년 ‘제주 태권도 50년사’ 편찬위원장으로 참가, 수십 년간 흩어져 있던 제주 태권도 역사의 퍼즐을 하나씩 맞추기 시작한다.

김 고문은 당시 편찬사를 통해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거울”이라며 “제주 태권도의 제2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번영의 초석을 다지는 시점에 이 책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세기 제주태권도의 자취와 발전상을 집대성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그 어느 지역(단체)에서도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었던 작업이었다.

책을 만들기 위해 지인들과 함께 옛(당시) 신문과 도서관 자료들을 뒤져나가기 시작했고 체육 원로들의 증언을 토대로 조금씩 퍼즐을 완성해 나간다.

1년여의 노력 끝에 책이 완성되자 김 고문은 “‘역사가 증명한다’ 후세에 남길 값진 역사적 자료를 정리해낸 것에 대해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대한민국 유일의 태권도 역사서는 그렇게 탄생했다.

당시 편집위원으로 ‘제주태권도 50년사’ 편찬 작업을 함께 한 오선홍 제주도태권도협회 부회장은 “태권도뿐만 아니라 60년 제주체육의 기틀을 닦으신 분이다”며 “한 평생 제주체육과 교육에 헌신한 분”이라고 그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1954년 문대식 사범이 관덕정 앞에서 공수도를 보급한지 59년이 흘렀다. 공수도, 태수도 그리고 태권도로 그 명칭은 바뀌었지만 그 정신은 세대를 뛰어넘어 아직도 전승되고 있다.

‘역사가 증명한다’는 김 고문의 말은 지나온 그의 삶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한 평생 제주를 위해 헌신한 제주태권도의 거목(巨木)이 쓰러져 가고 있다. 제주체육의 산 증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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