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SHv필름 "한국영화산업 현주소에 말문이 막힌다"

11일 개봉한 영화 '명왕성'이 블록버스터 외화와 흥행중인 한국영화에 밀려 제대로 된 상영회차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명왕성은 14일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오전 9시, 오후 1시55분, 오후 6시 55분, 오후 11시 55분 단 4차례 상영된다.
이번 주 개봉 신작인데도 6월5일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3차례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상영시간대를 살펴보면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오전 11시20분, 오후 4시 15분, 오후 9시 10분으로 명왕성보다 관객들 입장에서 더 관람하기 편한 시간에 배정돼있다.
대학로CGV점을 봐도 두 영화는 1회 차이난다. 다양성영화를 상영하는 무비꼴라주관이 있어서 명왕성은 그나마 총2회,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총1회 상영된다. 용산CGV나 왕십리CGV등에서는 아예 명왕성이 상영되고 있지 않다.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는 명왕성이 총 2회 배정됐다. 오후 12시10분과 오후 10시50분으로 역시 두 차례 중 한차례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편한 시간대가 아니다.
명왕성은 개봉하면서 스크린을 전국 약 80여개 확보했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전체 상영회차의 절반 가량이 이른 아침이나 심야 시간에 편성돼 관객들이 영화를 볼 기회는 더 적어진다.
명왕성의 제작사 SH필름은 이러한 현실에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다. "2013년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명왕성'이 한국의 관객들에게는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한국 영화산업의 현주소에 말문이 막히며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이야기가 교육만이 아닌 사회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허탈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고 했다.
또한 "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가장 주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바로 '1대 99의 싸움'이다. 영화 속 주인공 '준'은 명문사립고에 전학을 가서 그곳에서 입시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준'이 살고 있는 세계는 오직 1등만을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그러나 이 상황은 비단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밖, 현실에도 존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계는 지난 해 7월16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이행을 다짐하는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 협약'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작은 영화도 최소 1주일 이상 상영기간을 보장하고 교차상영은 지양'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일부 대형영화의 스크린 과다 점유 현상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작은 영화에도 상영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최소 1주일 이상의 상영시간을 보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배급사가 합의하지 않는 이상 교차상영 등 변칙적인 상영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영화진흥위원회의 '표준상영계약서' 권고안을 성실히 이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적 효력이 없는, 이러한 합의안은 헛된 약속에 그칠 뿐 실천되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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