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없이 현재는 존재할 수 없다"
"과거 없이 현재는 존재할 수 없다"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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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연극 '순이삼촌'

제주 4·3사건을 다룬 연극 순이삼촌(연출 김봉건)이 지난 12~13일 제주문예회관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기자는 12일 오후 3시 첫 공연을 봤다. 한 시간 전부터 공연을 보기 위한 도민들로 북적였다.

무대는 단출했다. 양옆에 낮은 이층 계단과 뒤편에 경사진 작은 간이 무대가 전부였다. 별다른 무대 효과나 장치도 없었다.

이 같은 무대 구성이 돋보이는 장면은 등장인물의 과거, 환상, 현재가 뒤섞이는 때였다.

연극은 4·3사건이 일어났던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북촌리 학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순이삼촌'은 시체더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30년 동안 고통스런 아픔을 안고 살아가다 자식이 둘이나 묻힌 옴팡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나'역할을 맡은 백성현이 30년 전 참혹한 사건을 떠올리며 비극의 실상을 관객에게 전한다.

연극은 현재에서 과거를 오가며 역사의 한편을 보여준다.

배우들은 제주도 사투리를 사용하며 연기를 해나간다. 무대 옆 한켠에서는 해금 등의 국악기가 연주됐다.

'과거 순이'가 우익세력으로 불리는 서북청년단 사람의 발길에 채여 유산을 한 장면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과거 순이’의 온몸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슬픔과 고통의 절규는 너무도 아프게 기억이 남는다.

연극 내내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잔인했던 과거를 직설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일부 장면들이 부자연스럽고 인물들의 감정들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 생각을 많이 해야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는 부분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 연극은 말한다. 과거 없이는 현재가 존재할 수 없음을 말이다.

임정훈(26·남·서귀포시 대포동)씨는 “전공이 ‘사학과’라서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연극 ‘순이삼촌’이 공연된다고 해 매우 기대했다”며 “제가 기대한 이상의 공연이었다. 제주에서도 이와 같은 명품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민지(18·여·제주시 노형동)씨는 “소설 순이삼촌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 연극 중간 중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하지만 양희경씨의 연기에 눈물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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