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명도 국장의 도의회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발단은 엊그제 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가 제주도를 상대로 불용예산 및 이월사업에 대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비롯됐다.
제주도의 이월사업 중 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 소관 사업은 일반회계 3건 112억여 원이나 된다고 한다. 여기에는 서귀포종합문예회관 건립예산 51억 원도 포함 됐다.
세입?세출 결산안을 심의하고 있는 문화관광위로서는 당연히 이유를 따져 물을만하다. 그 역할을 안창남의원이 맡았다. 안 의원은 “전년도 이월액이 57억 원이다. 2010년에는 예산 집행률이 25%밖에 안 된다. 이렇게 예산만 확보해 놓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예산만 달라 할 수 있느냐”고 해당 국장에게 물었다. 답변에 나선 제주도 이명도 국장은 “서귀포 종합문예회관 건립사업은 전임 민선 4기 도정(道政)에서 시작한 사업”임을 강조하듯 상기시켰다.
이를 지켜보던 문광위 안동우 위원장이 질책했다. “제주도 공직사회에 민선 4기 공무원이 있고, 민선5기 공무원이 따로 있느냐.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나무랐다. 이명도 국장이 이번에도 한마디 했다. “위원장이 언성을 높일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문화관광위 회의는 정회 됐고, 이명도 국장은 의회출입 금지를 당하는 사태를 맞았다.
이명도 국장의 발언은 적어도 사전적 의미로는 잘못이 없다. 서귀포종합문예회관 사업은 아닌 게 아니라 민선 4기 김태환 지사 때 시작한 사업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혔을 뿐이다.
그러나 뉘앙스는 다르다. 민선 5기 우근민 지사와 민선 4기 김태환 지사는 정치적 적대(敵對) 관계에 있다. 그리고 아직 1년도 안 남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우(禹)-김(金) 모두 출마할 개연성이 높다. 또 있다. 이명도 국장은 김 쪽보다 우 쪽에 더 가깝다는 게 정평이다.
그런데 민선4기 도정이 시작했다는 사업이 민선 5기에서 이월시켰다면 세인이 보는 시각은 다를 수도 있다. 이러한 마당에 “민선 4기 때 시작한 사업”이라 고 답변했으니 오해의 소지는 충분하다. 도의회가 발언한 장본인을 제쳐두고 우근민 지사의 사과를 요구한 이유다.
제주도 의회는 해당 국장의 ‘말 자체’를 걸고 넘어질 것이 아니라 그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캐야 한다. 민선 4기 도정이 시작했던 사업들이 이를 인수 받은 민선 5기 도정이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면 해답은 자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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