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제주 4·3을 다룬 소설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이 연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르면서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연극 '순이삼촌'은 지난달 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됐다.
제주에서도 오는 12~13일 제주문예회관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9일 제주 공연을 앞두고 연출자 김봉건씨(26)를 만났다.
김봉건씨는 제주 출신이다. 고1때까지 제주에서 살다 서울로 전학을 갔다.
"고2때 담임선생님이 저에게 연출가의 길을 권유 하셨죠. 우연찮게 시작 했는데 저의 평생 직업이 됐네요. 쉴틈없이 하다 보니 벌써 데뷔 5년차가 됐어요"
그는 2008년 뮤지컬 '천상시계'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했다. 양주별대산대놀이, 거울 뒤 여자 등으로 연출가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그에게 소설 '순이삼촌'을 연출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저 역시 4·3유족이에요. 4.3은 65년 전 일이다 보니 마음에 와 닿기란 쉽지 않죠. 저 또한 그랬고요. 그러던 중 제주 올레길이 떠올랐어요. 올레길은 아름답지만 그곳에서 살고 죽은 모든 제주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죠. 올레꾼들은 아마 그 곳이 학살터 이었는지 모를거에요. 그런 면에서 4·3을 연극으로 다뤄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메이저급' 연출자가 아니다 보니 연극 '순이삼촌'이 제대로 뜰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연출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현기영 선생님께 무작정 찾아갔어요. 선생님은 연극으로 만들겠다고 1000명이상 찾아왔지만 실제로 무대에 올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하셨죠. 저는 반드시 연극으로 만들겠다고 약속드렸죠. 그 후 각색본을 선생님께 보여드렸어요. 마음에 들어 하셨기 때문에 연출할 수 있게 됐죠"
그는 연극 '순이삼촌'은 서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무대장치, 의상 등에 특히 신경 썼다고 했다.
배우들은 모두 갈옷을 입고 등장하며, 대사중의 반 이상도 제주도 사투리라고 소개했다.
꽉 찬 무대를 위해 현기영 작가도 힘을 보탰다. 연극에서는 보여지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 토속어도 정겹게 느낄 수 있다.
그에게 소설 '순이삼촌'과 연극 '순이삼촌'의 차이점을 물었다.
"연극 '순이삼촌'에는 이어도가 나와요. 현기영 선생님은 금기시대에 4·3을 꺼내는 게 목적이었다면 저는 제주도의 '이어도'를 알리고자 했어요. 이어도라는 섬은 제주인 들에게는 이상향이라고 알려진 전설의 섬이잖아요"
서울 공연은 폭발적이었다.
그는 "재공연을 하라고 저에게 전화가 많이 와요. 장기간 공연을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어서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광주에서는 한번 해보고 싶어요. 광주는 제주처럼 아픔을 가지고 있잖아요. 광주에서의 공연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제주도는 자청비, 설문대 할망 등 무한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신화를 보유하고 있는 곳도 제주도뿐이죠. 콘텐츠를 잘만 살리면 충분히 승산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은 이 소재들을 이용해 연극, 뮤지컬 등으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