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문화유산은 다른 지방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 그것은 본토와 멀리 떨어진 섬이라는 조건과 척박한 자연을 개척하며 살아온 생활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들어 선사유적이나 매장 문화재 등이 많이 발굴되고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문화유산과 관련해 요즘 제주시가 보여주고 있는 양면성은 이해하기 어렵다.
무슨 말인가 하면 문화재청은 지난 1월 문화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전국 희귀 문화유산 26건을 근대문화유산 문화재로 등록 예고하면서 옛 제주도청사로 지어진 현 제주시청 건물도 근대문화유산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
그러나 제주시는 새 청사 신축을 위해서는 현 청사를 매각해 비용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청사의 근대문화유산 지정을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문화재청에 냈다고 한다.
사실 제주시청사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2월에 기공, 다음해 11월에 준공한 근대양식의 제주지역의 대표적 관청 건물로 대칭성을 배제한 입면과 현관 배치 장식이 인상적일 뿐 아니라 건축적 완성도가 뛰어난 것으로 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또 이를 문화유산으로 보존할 경우 관덕정을 중심으로 복원된 목관아는 조선시대의 관청 건물로, 시청사는 현대 관청 건물의 모범으로 서로 남아 새로운 문화유산의 축을 이루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따지고 보면 한국문화유산정책사에서 근대문화유산 개념 도입은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문화유산은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김영훈 제주시장이 나서 청사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문화유산 만들기’에 나서도 시원찮을 제주시가 문화유산 지정을 반대하는 반(反)문화적 작태를 보이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