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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서 제주매일 창간 14주년을 맞는다. 지난 1999년 ‘제주타임스’라는 제호(題號)로 출발한 본지(本紙)는 그동안 제호를 ‘제주매일’로 바꿔 도민의 대변지(代辯紙)로서, 그리고 권력의 감시자로서 소임을 다하려고 노력해 왔다.
본지는 한때, 제주도내 언론사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홍역을 치러야 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홍역이 인체의 면역력을 키워 더욱 건강하게 해 주듯이 제주매일은 이제 새로운 경영진을 영입해 회사 운영은 물론, 편집?보도?논평 등 모든 분야를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새로운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 모두가 그동안 성원을 보내 준 독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한 노력의 일단(一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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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대망(大望)의 새로운 세기 2000년대를 맞으면서 그 어느 지방자치단체보다도 꿈이 많았다. 꿈이 많은 것만큼 새로운 변혁들이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격상한 것이요, 다음이 종전 4개 시군을 2개 행정 시로 개편한 것이다.
특별자치도 격상은 제주 개벽 이래 가장 괄목할만한 대 사건이며 4개 시군 통합은 논란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도민의 투표에 의한 민초들의 의사결정으로는 사상 초유의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기록할만한 사건이다.
제주의 2000년대 초입은 새 세기로 들어서는 세기의 전환점임과 동시에 정치?경제?사회?제도?인문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변혁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혁의 시대를 맞아 지방 권력만은 분산 내지 분권에서 편중 혹은 집중으로 이동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유일한 감시-의결 기구인 의회는 해가 갈수록 집행부와 야합성이 강해지고 있으며 자치도 유일 감사 기구인 감사위원회도 집행부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해 하자(瑕疵) 있는 행정에 도리어 면죄부를 주는 경향이 짙어가고 있다.
이와 병행해서 전체 공무원은 물론, 도 산하 모든 공공기관장의 인사권마저 도지사 1인에게 집중됨으로써 ‘제주공화국’이나 ‘도민공화국’이 아니라 어느새 ‘도지사공화국’으로 변질 돼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현도정(現道政)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과거 도정들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따라서 다음 도정 때도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의 영향으로 아마도 내년 도지사 선거 때는 줄서기로 장사진(長蛇陣)을 이룰 것이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심각한 부작용이 도민들 간에 소리 없이 곪아 가는 ‘갈등’이라는 종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치유할 방법도 제도도 없다. 의회-감사위도 그렇고, 수사 당국도 “혐의가 없으면 수사가 어렵다”는 말로 가름하면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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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 전환기인 21세기 초입은 제주특별자치도의 대 약진의 시대임과 동시에 지나친 권력 집중을 막지 못하면 망도(亡道)의 시발점도 될 수 있는 상이한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이 시대의 진정한 권력 감시자, 용기 있는 도민의 대변자가 요구되고 있는 이유다.
본지가 창간 14주년을 맞으면서 그 막중한 사명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소이(所以)도 거기에 있다.
본지는 10대 중반의 아직 때 묻지 않은 젊고 패기 있는 청소년기의 신문이다. 사무사(思無邪)의 자세로 권력편이 아닌, 도민 편에 설 것이다. 그리하여 희망찬 제주 미래를 여는데 역할을 다할 것이다. 우리의 각오와 다짐을 성원하는 뜻에서라도 독자들께서는 더 많은 협조?편달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