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1년을 남겨두고 진행한 올해 제주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심의과정에서 집행부-의회 모두가 권한을 남용(濫用)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제주사회 일각에서는 “올해 첫 추경 예산이 내년 지방선거 득표를 위한 잇속 챙기기 성격이 짙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이번 추경예산은 도민 혈세 중 일부를 선거에 유리하게 쓰여 지도록 편성되고 심의 의결 됐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집행부인 제주도 당국과 도의회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예산 편성권과 심의권을 십분 이용, 합리성과 합법성을 내세운 월권(越權)을 행사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25일 제주도의회 307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심의 통과된 올해 1차 추경예산의 일반-특별회계 총규모는 당초예산보다 2467억 원이 더 증가한 3조6134억 원에 이른다.
제주도 살림을 꾸려 나가려면 이정도의 추경예산 규모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3조6천억이 넘는 예산 규모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꼭 써야할 곳에만 쓰고 전시성 예산과 불요불급한 사업비를 줄이거나 없앤다면 능히 필요한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테면 이정도의 총예산 규모라면 제주시가 요청했던 화급한 옛 한은(韓銀)청사 매입비 50억 원 정도는 얼마든지 반영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선거를 위해 예산 편성권자는 그들대로 선심성-전시성 예산이 필요했고, 심의권 자들은 또 그들대로 지역구 사업 챙기기에 급급하다 보니 한은 청사 매입에 쓸 재원이 부족했던 것이다.
위민행정(爲民行政)과 위민대변(爲民代辯)은 그런 것이 아니다. 전시성 선심성 사업에 앞서, 그리고 지역구 챙기기 잇속에 앞서 옛 한은 청사 매입과 같은 전체 시민 혹은 도민의 수혜 사업들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예산 심의 때면 큰소리 잘 치는 도의원들도 그렇다. 출신 지역구 따라 단체 행사비, 노인회 사업비, 경로당 지원비, 단체 견학비, 체육대회 지원비, 민간보조 사업비 등을 챙기다 보니 다른 사업비를 삭감해서 끼워 넣을 수밖에 없다.
도민 혈세를 갖고 다음선거 때 유리하게 예산을 편성하고 심의했다면 그것은 권한 남용이자 월권일 수도 있음직하다. 이를 가장 눈여겨봐 둬야 할 계층이 다름 아닌 유권자 계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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