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제주에서 처음 열린 ‘미술품 경매전’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이 ‘미술품 경매전’은 양의숙씨가 회장으로 있는 ‘제주문화 서포터즈’ 창립 1주년을 기념한 1회성 행사였다. 그래서인지 행사 참가자들도 예상을 뛰어넘어 100여명이나 몰려들었다. 경매에 출품한 미술품도 42점이었는데 불과 1시간 만에 총 1억 원으로 모두 낙찰 되었다.
이번 경매에 참가한 작가들은 주로 제주 출신이거나 제주와 인연이 깊은 화가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대가들의 소품과 판화도 출품 되었다.
제주 첫 미술품 경매전에서 주목을 끈 것은 고영훈-김창열-강요배 화백의 작품들에 대한 불꽃 튀는 경쟁이었다. 결국 고영훈 화백의 ‘작약과 나비’는 800만원에서 출발, 2400만원에 낙찰 됐다. 김창열-강요배 화백의 ‘물방울’ ‘전복’ 등도 각각 2000만원, 700만원씩에 팔렸다. 특히 어느 인사는 42점의 작품 중 5점을 사들여 그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 주었다.
비록 1회성이지만 첫 경매전을 통해 확인 된 것은 제주민들의 미술품에 대한 욕구이다. 그것은 작품에 대한 소장욕일 수도 있고 감상을 위한 순수 예술적 욕구일 수도 있다. 경매장을 메운 참가자 100여명의 열띤 경쟁과 1인 5점 낙찰 등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주에도 공식적인 ‘상설 미술품 경매 시장’ 운영을 논의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물론, 상설 경매장 혹은 경매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적지 않은 자본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 된다. 더구나 지역이 협소한 제주의 경우 미술 작품 공급과 수요의 균형 유지 등 문제도 많다. 경매시장을 잘못 운영할 경우 작품 가격의 왜곡 현상을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경매를 통해 그림을 유통시킴으로써 제주화단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으며 일반도민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과 수준을 끌어 올릴 수도 있다. 미술작품의 경매는 경제 활동이라기보다 경제활동과 미술작품 활동을 접목시킨 예술적 윤활유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이점도 적지 않다.
상설 경매시장 운영에 대해 같은 제주화단에서조차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거친다면 긍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제주는 국제자유도시이므로 제주 미술시장에 외국관광객들이 몰릴 날이 올지도.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