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일제 침략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모슬포 송악산 해안 동굴진지가 잇따라 붕괴하고 있다. 또 서귀포 해안 절경 가운데 한 곳인 서귀포시 송산동 소재 소남머리 해안 또한 곳곳이 무너져 경관 훼손과 함께 안전사고 위험마저 초래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관리하고 있는 행정당국의 대처는 말 그래도 미온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 송악산 해안 동굴 진지의 경우 이 일대 지반이 약해 폭우 등으로 무너지면서 일부 동굴지지는 원형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이 곳 복원.복구 대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자연현상에 의해 유적이 훼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위적으로 이 같은 자연현상에 의한 훼손을 막는다면 이는 또 다른 자연훼손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라산 헤쳐진 땅 복구사업에서 여실히 문제를 드러냈다.
자연적으로 말미암은 환경 또는 생태계의 변형에 인위적 방식이 도입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대처법이 아니다. 이에 따라 송악산 동굴진지 복구사업은 특히 문화재 전문가 등의 공론화 과정을 밟아 신속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각기 다른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그 과정에서 최적의 대안을 찾아내는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반면 소남머리 해안 절벽 붕괴에는 재해예방 차원에서라도 안전대책이 시급하다. 여름철 이곳 용천수를 이용하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출입이 빈번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위험상태를 장기간 내버려둘 경우 경관훼손 문제와 함께 당장 이곳 탐방객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여름철 재난사고는 대부분 설마 하는 안이한 상황에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고 발생 후 뒷수습에 나서는 것보다 사전 사고원인을 찾아 신속하게 이를 차단하는 것이 최고의 재난행정이라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