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성 지방간-오동훈
평소 건강을 위해 술자리도 자제해왔고 표준체중을 유지해왔던 회사원 K씨, 건강검진 결과 ‘지방간’으로 확인되어 여간 당황스럽고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흔히들 지방간하면 알코올(술)에 의존해 발병한다고들 생각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거나 소량으로 가끔 마시는 경우에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처럼 간에 지방이 축척되는 질환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성인병 증가와 더불어 비알코올성지방간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회적으로 문제화되는 점은 비알코올성지방간은 단순 지방간에서부터 간염, 간경변 등에 이르는 다양한 질환을 포함하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체의 대표적인 해독 기관인 간은 300억 개에 달하는 간세포를 통해 500종에 달하는 화학적 공정을 거쳐 온갖 종류의 바이러스나 독소를 걸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치료를 위한 약 역시 간의 해독작용을 거쳐야 비로소 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간은 2~5% 정도의 지방을 갖고 있지만 간세포의 반 이상이 지방으로 차서 지방간이 되면 해독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비알코올성지방간은 기름진 음식을 지나치게 자주 먹는 등의 서구화된 식습관과 스트레스,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원인이 되거나 또한, 비만인 사람이 갑자기 체중을 많이 줄인 경우 여성 호르몬제나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약제의 장기 복용으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방간 자체는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간세포에 차는 지방은 중성지방으로 간의 활동 능력을 떨어뜨려 나른하고 기운이 없으며 식욕의 감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뒤 간수치(ALT, AST)의 이상이나 복부초음파 검사 상 지방간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간이 나빠질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을 위한 추가적인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 CT, MRI, 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며, 드물게는 조직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방간을 방치하면 간경화나 경변이나 간과 연관된 합병증 발생, 간암으로 발전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 때문에 치료와 예방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선, 당뇨병, 비만, 복용 약물 등의 지방간과 관련된 요인들을 치료하거나 조절해야합니다. 술은 절제하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민간요법, 생약제 등의 복용은 자제하며, 이미 복용중인 약제가 있을 경우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습니다.
당뇨가 있는 분은 적절한 혈당조절을 하며 고혈압이 있는 분은 혈압조절과 고지혈증 등의 치료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과체중 혹은 비만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탄수화물과 당분의 섭취를 줄이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적극적인 체중조절이 효과적인 치료입니다.
아울러 간은 80%가 손상돼도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당뇨병, 복부비만이 있는 경우라면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간 기능 검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오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