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착한 실천에 나설 나이(김충범)
공자는 말했다,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라고. ‘나이 사십에 이르면 어느 것에도 미혹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젠 퀴즈쇼에 조차 잘 나오지 않는, 그래서 지극히 일반적인 것이 되어버린 공자 왈 맹자 왈 시절의 말씀이다.
갑자기 웬 불혹 이야기냐고?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대상자라서, 이제 만으로도 빼도 박도 못할 불혹의 나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공자의 시대와는 너무도 달라져버린 지금, 불혹을 넘어서도 찰지게 달라붙어 있는 미혹들을 떨쳐낼 작은 제언이나마 하나 드리고 싶어서이다.
마음의 평안은 어디서 오는 걸까? 수많은 금과옥조를 마음에 새기며 살아온다고 했건만 그리 쉽게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는 없었다. 물론 치기어린 마흔의 남자사람의 투정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사에 던져진 사회인에게 말 몇 마디와 글 몇 줄만으로 평안을 얘기하기엔 좀 어줍잖은 면이 있다. 마음의 평안을 위한 여정의 개인적 종착지는 역설적이게도 몸의 움직임에 있었다.
몸을 움직인다는 건 행동이다. 일련의 행동들에 의미가 부여되면 실천에 이른다.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한 일련의 몸의 움직임들, 영화보기, 운동하기, 산책, 데이트, 독서, 여행, 쇼핑, 음악 감상 등등을 의미 없이 배열하기보단, 보다 착한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건 어떨까?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한 여정에 이왕이면 지구의 아픔도 함께 돌보는 착한 실천을 바라는 건 나 혼자만의 바람일 뿐인 건가?
그렇다고 모두가 착한 남자사람이 되고, 착한 여자사람이 될 수는 없는 법. 다만 불혹이라는 나이를 넘어서면 감성의 질풍노도를 이성으로 지켜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데 그 강점이 있다. 이제는 주변의 자연과 환경을 아끼고 사랑하는 착한 실천에 한발자국 더 다가설 때인 것이다.
착한 실천은 어렵지 않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처럼 꼭 일평생 녹색 트레이닝복만을 고집하며 녹색 실천을 몸으로 체화시키라는 것도 아니다.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고, 재활용?재사용은 당연하듯이, 여름에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겨울에는 멋쟁이의 길보다는 내복을 선택하는 센스를 발휘해주면 된다.
가까운 거리는 산책삼아 걷고 먼 거리는 대중교통 이용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는 맛있는 브런치를 찾아다니기보다 생태습지 등에서의 녹색체험으로, 식사는 가급적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워주면 된다. 주변에 꽃혀 있는 플러그를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사냥하듯 찾아내서 제거하는 것까지. 이런 것들이 모두 착한 실천이 된다.
부지런히 자연의 때를 벗기고 광내기를 하는 것만이 착한 실천은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그렇게 하면 된다. 녹색 실천이, 에너지 절약이, 자원 재활용이, 온실가스 감축이, 모두 거창한 듯 보이지만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 그래도 명심할 것 한 가지. 아픈 지구를 위해 행동하는 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지켜야 할 도리나 다름없다는 사실. 나처럼, 그리고 우리처럼, 무수한 사람들의 쌓인 착한 실천이 세상을 바꾸어 갈 것이다.
대륜동 주민생활지원담당부서 김 충 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