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농업과 농업용수(허태현)
작물을 재배하는 데 물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동부지역은 대부분 흑색화산회 토양으로 보수력이 높고 강수량도 많은 편이나 동부지역(구좌.성산.표선.우도)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관정수는 290공, 1일 취수허가량은 99,975㎥로 서부지역(한림.한경.성산.구좌지역 월동무에 나타난 일명 “총맞은 무”의 발생은 정밀분석 결과 가뭄이 원인으로 조사되었다. 무는 파종 후 약 30~40일 되는 시기에 뿌리의 초생 피층이 탈피되면서 중심주(中心柱)가 비대되는 특성을 갖고 있는 데, 작년 9월 가뭄에 의한 토양수분 부족으로 토양 중에 녹지 않은 비료입자 또는 비료염 토양과 접촉된 무 뿌리 부분이 장해를 받아 작은 흔적이 생겼고, 비대되면서 상처자국이 동반 확대된 피해였다. 가뭄피해를 생각지 않더라도 농업용수는 너무나 필수적인 농업기반이다. 농업인이 파종하고 싶을 때 파종할 수 있어야 하고, 작물 생육상 물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물을 공급해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종합관리계획(2013~2022)에 따르면 공공농업용 관정의 연평균 지하수 이용량은 한국농어촌공사 모니터링 결과 취수허가량 대비 21.4%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용량 · 분산 개발방식에서 대용량 · 군집 개발방식으로, 다시 말하면 소규모 관정 위주의 독립적 운영을 광역 농업용수 공급체계로의 전환하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으로 동부지역 농업용수 확대공급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밭에 농업용수 관을 연결했다고 농업용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농업용수 기반을 통해서 인근 밭 수십 필지를 동시에 자동 스프링클러로 관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물량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농업용수량이 재설정 되어야 하고, 물을 공급하는 용수관의 굵기도 재 산정되어야 한다. 밭작물에 미세노즐이 장착된 스프링클러 장치를 설치하여 손쉽게 물주기, 병해충방제를 하면서도 인력을 절감할 수 있고, 또한 물비료 사용으로 비료량을 줄여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자동관수 시설이 필요하다.
농업용수 문제는 오래된 문제이고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에 농업인과 행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적 대책과 예산확보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동부농업기술센터소장 허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