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집 바라보기-김광수

2013-06-05     제주매일

 제비 한 쌍이 찾아와 처마 밑 콘크리트 벽에 집을 지으려고 분주히 들락거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새 집 벽에 제비 집을 지으려는 것을 허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안전하고 적당한 곳이라 여겼는지 무슨 일이 있어도 집을 지으려고 고집을 부릴 것 같은 모양이었다.
 비온 뒤 주변 공터의 고인 물에서 흙과 지푸라기를 가져다 벽에 붙이기 시작하였다. 떨어지면 붙이고 또 떨어지면 붙이고 하면서 끝내 집 모양이 되어 갔다. 나는 어이없을 뿐이었다.
 그러나 서로 협력하여 집 짓고 알을 낳아 새끼를 치려고 애쓰는데 비정하게 막을 수가 없었다.
 새끼 다섯 마리가 생겼다. 다산이라 여겼다. 어미는 불 볕 더위에 쉴 새 없이 먹이를 구해 와 고생이 많아 보였다. 새끼들은 모두 자기가 먹겠다고 입을 벌렸지만 주는 대로 먹었다.
 자식을 양육하며 고생하시는 부모님들 생각이 났다.
 부모님은 오직 자식이 잘되기만을 바라면서 온 몸 바쳐 헌신하시는 분이다. 부모님의 은혜에 깊이 감사하며 효도를 잘 하자는 말은 백 번 천 번 해도 모자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과 헌신의 덕분으로 세상에 있으면서도 큰 은혜 보답해 드리지 못한 처지여서 부끄럽다. 나처럼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도 자손을 번성하게 하는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못마땅해 하는 나를 극복하고, 끈질긴 의지로 집 짓고, 새끼를 쳐서 꿈을 이루어가는,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제비 집을 바라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지난 해 7월 초에 제비 집 짓기를 시작하여 8월 16일 제비 가족은 전부 날아가 어느 대나무 숲속에서 살다 강남으로 갔겠지만 말 그대로 미운 정 고운 정 다 느꼈다.
 그런데 금년에도 제비 한 쌍이 찾아왔다. 5월에 찾아왔으니 작년 보다 빨리 찾아왔다.
 자기들이 살만한 최적의 환경이라고 본 모양이다. 이번에는 바로 거실 앞 벽을 물색하여 집을 지으려고 하였다. 나는 이번만은 단호히 허락해 주지 말자는 생각을 하였다.
 아무래도 지저분해서다.
 흥부 놀부 전래동화를 생각하면 한 조각 희망을 엮는 곳이기도 하지만, 요즘엔 세상인심이 크게 변하여, 집에 찾아와 제비 집을 지으려면 못 짓게 하여, 제비들도 많은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실은 나도 그래서 못 짓게 하려고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집사람이 울산에 살고 있는 작은 딸 이야기를 하였다.
 몇 년 전 자기 아파트 베란다에 제비가 와서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 와서 그들도 다 새끼를 치며 살려고 하는 일이니 내버려 두는 게 좋을 것이라 하였더니, 집 짓고 새끼를 쳐서 날아가, 기분이 참 좋고 행복해 하였다면서, 집 짓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고 하였다.
 나도 딸처럼 집사람의 말을 듣기로 하였다. 오히려 집을 잘 짓고 새끼를 쳐서 날아가기를 바라면서 집 짓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김광수 시인.前 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