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소참진드기(김재호)
작은소참진드기가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제주시구좌읍 상도리 공동목장 안에는 용눈이 오름이 자리하고 있어 오름 탐방객들 발길이 줄을 잇는다.
목장에 방목된 어미소와 송아지들은 용눈이 오름을 찾는 오름 탐방객들이 무심코 버린 비닐 등을 즐겨 먹는 습성이 있다.
송아지가 섭식한 고무장갑, 비닐 등 석유로 만든 나일론 쓰레기는 몸 밖으로 배출 될 수가 없어 만성 소화불량을 일으켜 결국 소의 숨을 멈추게 하기도 한다.
상도 공동목장 정공삼 조합장을 비롯한 소 주인들은 요즘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작은소참진드기 소동이 한편 고맙기만 하다.
용눈이 오름을 찾는 탐방객이 눈에 띠게 줄어들어 그들이 버리는 비닐 등 쓰레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6일 제주에서 사망한 강모(73)씨 등 두명의 환자가 야생진드기의 감염환자로 판명됨에 따라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야외 활동시 피부노출을 피하는 옷을 착용하고, 풀밭에서 잠을 자지 않는 등의 예방 수칙을 지키도록 홍보하고 있으며 방송이나 신문 등 모든 언론 매체들도 앞 다투어 야생 진드기 기사를 호도하여
보도함으로써 국민들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증후군으로 사망한 환자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작은소참진드기가 전혀 염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끔찍한 살인 진드기로 몰아가는 언론매체의 처사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목장에 방목중인 송아지를 진료하는 대동물 수의사로서 요즘 언론이 전하는 작은소참진드기에 관한 보도를 접하며 느끼는 감정은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진드기, 모기,파리,심지어 몸 안에 기생하는 내부 기생충까지도 자연의 일부분이다.
위생해충이라는 누명을 달고 존재하지만 그들은 자연과 공생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자연은 함부로 인간을 공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코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
소를 키우는 구좌읍상도리 공동목장 정공삼(55) 조합장은 목장에 방목중인 소들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목장을 점검하고 나면 야생진드기가 수를 헤아리기 어려을 만큼 몸에 붙어 있지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평소에 걷기 운동 등으로 개인 건강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아 건강에 남다른 자신감이 있고 소들에게 먹일 건초를 수확하는 바쁜 시기로 신경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진드기에 물린 어린 송아지들은 적혈구감소증을 유발하는 질병에 감염 될 수도
있어 보름에 한차례 진드기 구제를 위한 약품을 방목중인 소들 몸체에 살포하지만
과거에 진드기에 물린 경험이 있는 소들은 진드기 매개 질병을 이길 수 있는
면역체가 이미 형성되어 있어 아무런 염려가 없다.
매년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 열원충을 옮기는 얼룩날개모기에게도,
뇌염을 유발하는 일본뇌염모기에게도 아직 살인 모기라는 누명을 씌우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어느 누가 감히 작은소참진드기에 살인 진드기라는 낙인을 찍는다는 말인가?
(한국금호동물병원 수의사 김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