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죄, 아내이전에 여성-김찬집

2013-05-26     제주매일

 “시대가 변했다”는 이 말은 지난주 대법원이 43년간 유지돼온 부부사이에 강간죄 불성립판례를 바꾸며 내세운 유일한 판결 이유다.
기존 판례요지는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는 부부간 강간을 인정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여성(婦女)을 간음”한 남성을 처벌하는 법조항이다. 그런데  여성에 아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 지켜온 대법원 판례였다.
그러나 지금시대에 맞지 않은 다는 것이다. 내가 유년시절에 비하면 엄청나게 성 문화가 바뀌었다. 내가 유년시절에 있었던 사건이다. 사법고시, 행정고시를 다 합격했다고 사기 치며, 가짜 현역해군 헌병대위로 행세한 박인수라는 중학교 중퇴자가 70여명의 엘리트여성들과 무분별한 성관계를 가졌던 성추문 사건이 있었다. 사건에 연루된 여성들 중 69명의 여성들은 자신들이 혼인빙자 강간 피해자라 고소하였으나 쌍방 합의에 의한 간통으로 판결했으며, 이 중 1명의 여성만이 처녀였다고 박인수가 진술해서 온 나라가  센세이션(sensation)l을 일으켰었다.
이런 소문으로 '순결의 확률은 70분의 1이다'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세상의 큰 파문을 일으켰었다.
그리고  판결문은 "법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조만을 보호한다."는 유명한 판결주문이 전국젊은이들의 유행어를 나았었다. 이 사건에서 강간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단지 공무원 사칭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하였다.
이 사건은 그 당시의 법익은 성문화의 안전성과 여성의 정조나 순결성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성문화의 시대정신은 가히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 “배우자 면책(marital exemption) 이론의 원조 격인 영국과 미국에서도 80년대 이후부터 잇따라 판례를 변경해서 부부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다.<naver marital exemption>
우리나라도 강간죄를 부부관계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사회적 법 감정 변화 때문이다.
이번 판례변경사건 개요는 “피고인은 2008. 7. 26. 11:00경 부산 남구 우암동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처인 피해자 woman(필리핀 국적의 외국인)가 생리기간 중이어서 성관계를 거부하자, 위험한 물건인 가스분사기와 과도(칼날길이 12cm)를 피해자의 머리와 가슴에 겨누고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피해자의 유두와 음부를 자르는 시늉을 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게 하고 1회 간음하여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것이다.
이번 부부강간죄의 도입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부부간 성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이론적으로도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정조가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것이 인정된 이상 부부강간을 강간죄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또한 혼인계약의 내용에 협박으로 강요된 동침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없으므로 부부관계가 해소되어 가는 경우는 물론 그렇지 않은 때에도 아내에 대한 강간죄의 성립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부부간에 일어나는 성폭력의 밑바탕엔 부부 사이의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는 여성에 대한 소유의식을 가지고 있는 남성위주의 사고가 문제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 80%에 가까운 남성이 부부관계를 부부싸움 후 화해수단으로 가능하다고 응답한 반면, 실제 그런 상황에 처했던 여성들은 자신들이 남편의 성적욕구해소의 수단으로 취급 받고 있다고 느꼈다고 대답하고 있다.<naver tistory/com >
이런 상황에 있는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은 남성의 완력에 의해 억압받기 쉬운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부부강간죄의 도입은 서로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힘의 논리에 의해 강제되는 성관계를 처벌하자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변화는 남녀 모두에게 사랑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김찬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