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힘들어도, 바벨은 내려 놓지 않겠다

소년체전 앞두고 늦은 밤까지 훈련하는 역도 꿈나무들

2013-05-22     박민호 기자

지난 1984년 제주체전에서 첫 메달을 따낸 제주학생역도는 지난대회까지 메달 71개(금10개, 은 18개, 동 43개)를 수확, 제주체육의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지난 2007년(36회) 대회에서는 선수단 전체 43개 메달 중 11개의 메달을 따내며 역대 최다 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랬던 제주역도가 위기를 맞았다. 소년체전을 앞두고 발표된 전력분석 자료에 ‘역도’가 빠진 것. 역도가 ‘다(多)’메달 종목에서 ‘노(NO)’메달 종목으로 바뀌면서 제주도체육회는 즉시 선수단 목표메달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는 (메달이)힘들 것 같습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준 역도계 관계자는 “선수가 없습니다. 선수 선발도 어렵고...”라며 푸념을 털어 놓았다.

그나마 제주도체육회가 마련해 준 임시 훈련장 덕에 눈치 보지 않고 훈련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학생역도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간 선수 수급을 위해 제주도체육회와 역도계가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힘든 운동’이란 인식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역도 기피현상은 이미 심각한 수준. 심지어 운동을 시작한 선수의 부모에게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걸어 그만두라고 하는 경우도 있단다.

현제 도내 중등부 역도선수는 단 7명(남자 4명, 여자 3명). 소년체전 참가 엔트리는 12명(남자 9명, 여자 3명)이지만 도내 모든 선수를 끌어 모아도 엔트리 구성도 힘든 상황. 선수 구성도 힘들지만 학교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기준도 선수들을 힘들게 한다.
21일 오후 4시 경 제주도체육회관 앞에 마련된 임시훈련장을 찾았다.

소년체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일부 학교 선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7교시 수업을 마치고 훈련에 가라는 교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해당학교 선수들은 훈련장이 아닌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수업을 다 받고 오면 5시가 넘는다. 그러면서 대회에서 성적(메달)만 내라고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타 지역의 경우 자체 선발전을 거쳐 최종 엔트리를 구성한다. 역도부가 있는 학교 대부분은 교내 훈련장을 마련, 학생들이 편하게 훈련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제주와 실력차이가 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모든 상황이 선수들을 힘들게 하고 있지만 어린 꿈나무들은 바벨을 내려놓지 않는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내 지도자들은 제주의 훈련강도는 타 지역보다 세다고 말한다. 그래도 꾹 참고 소화해 주는 선수들이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제주도체육회 현수진 코치는 “사실 올해 (메달)가능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1%의 가능성이라도 만들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렵고, 힘들다고, 안된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내년 그리고 내후년 대회를 위해 선수들은 바벨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도 없고, 도민사회 관심도 없다. 하지만 제주도를 대표하는 어린 역도 꿈나무들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바벨을 들고 있다.

학칙에 따라 정규 수업을 다 받고 오후 늦게 훈련에 합류한 선수들은 매일 밤 10까지 야간훈련을 소화하며 다가오는 소년체전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