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지원 '찔끔' 지역발전 '제자리'

집중진단 = 항공기 소음피해 '해법은 없나'

2013-05-15     이태경 기자

항공기 소음피해를 둘러싼 지역주민들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재산권 행사 제한과 소음으로 인한 정신·신체적 피해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제주도의 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최근 신공항 및 24시간 공항개방 논의가 재점화되고, 용담동 주민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이 문제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항공기 소음피해의 문제점과 대책 등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 주>

이달 말로 예정된 제주시 용담동 주민들의 ‘항공기 소음피해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외도, 도두동 등 제주공항 소음피해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승·패소 결과에 따라 추가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가 사실상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용담동 주민들이 법무법인 청목에 의뢰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2008년 10월. 수십년간 항공기 소음을 견디다 못해 집단 소송에 나선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소음도 80웨클 이상에 거주한 주민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29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오랜 기간 소음에 시달려온 주민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소음피해 5200여가구 ‘신음’

제주국제공항 이용객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면서 연간 18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만큼 항공기 수요 증가에 따른 도민들의 소음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부산지방항공청이 지난해 12월 고시한 소음피해지역은 제주시 용담, 외도, 도두, 애월읍 등으로 면적 9.31㎢, 가구 수는 3245가구에 이른다. 이들 지역은 항공기 소음 측정단위인 75웨클 이상 지역으로, 70∼75웨클 미만인 건입, 노형, 삼도2동 일부 지역 등 ‘소음피해 인근지역’까지 포함하면 5200여가구가 항공기 소음에 노출돼 있다.

게다가 항공기 증편 운항과 야간 운행시간 연장 등이 맞물리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피해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 운항횟수는 지난 3년간 10% 증가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수면과 학습 방해는 물론 난청, 위장장애 등의 질환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산지원·지역발전사업 ‘제자리’

상황이 이런데도 소음피해지역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과 지역발전사업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지원받은 소음대책 및 주민지원사업 예산은 30억7000만원. 전체 500억원의 6.1%에 불과하다. 대부분 적자인 전국 14개 공항 가운데 제주공항이 지난 5년간 1980여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효자’역할을 하는데 비해 턱없이 인색한 액수다.

제주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제주도가 5개 읍·면·동 48개소에 지원한 소음대책·주민지원사업 예산은 7억여원에 그치고 있다.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예산 규모를 늘려 실효성 있는 체계적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용도 제한과 지가 하락 등으로 제약을 받고 있는 이들 지역의 재산권 행사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또한 현행법상 95웨클 이상 지역에서만 시행되는 이주 대책을 80웨클로 확대하는 등 관련법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항공공사 출연금과 지방비로 이원화된 피해지역 지원예산을 통합 운영하는 한편 제주도 차원에서 예산 확보와 제도 개선을 위한 중앙 절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