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푸름 무참하게 자른 ‘냉혹한 행정’
제주시 신광로·서사로·서문로 인도에 자라고 있는
멀쩡한 가로수 288그루 대규모 가지치기 논란
제주시가 저탄소 녹색도시 정착을 위해 각종 시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멀쩡한 도심지 가로수에 대한 대규모 전정을 실시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13일 찾은 신제주 제원아파트 인근 신광로(문화칼라 사거리). 인근의 느티나무 가로수 116그루(수령 30년)가 푸름을 잃어버린 채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반면 길 건너 CBS인근에 가로수들은 전정이 이뤄지지 않아 같은 느티나무인데도 한쪽은 잎이 무성하고 건너편은 가지만 앙상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해당 구간에 가로수가 식재된 것은 30년전인 1982년. 이후 신제주 연동과 노형동이 새로운 상권의 중심지로 도약하면서 그늘을 제공하는 가로수들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성장한 느티나무가 상가들의 간판을 훼손시키고, 차량통행에 방해가 되는 등 여러 문제 및 민원이 제기돼왔다. 이에 제주시는 시내 일부 구간에 대한 대규모 전정을 추진했으나 도심지 녹화 사업 역행 등의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었다.
그러던 중 2008년 해당구간에서 가로수가 도로로 쓰러지면서 운행하던 차를 덮치고, 지난해 태풍 당시 서사라 구간에서 가로수가 쓰려지면서 폐가를 덮치는 사고가 일어나는 등 전정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이에 제주시는 지난 2월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지난달 서사로(115본.수령30년), 서문로(57본.수령14년) 구간과 함께 대규모 전정을 실시한 것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해당 구간의 인도 폭이 좁고 느티나무의 무게중심 문제로 재난사고 위험 및 보행자 안전위협 등의 문제가 생겨 전문가 자문을 거쳐 불가피하게 전정을 실시하게 됐다”며 “상가민원 때문에 전정을 실시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