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서정-김찬집
김 찬 집 수필가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김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이혜인 시인의 오월서정 이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하여 비누 향기를 내뿜는 젊은이의 “쌩얼” 이다. 청순하고 소박한 젊음, 그 자체다. 오월은 앵두와 딸기의 달이고 모란의 달이라고 한다. 신록의 푸르름이 시작하는 오월은 가정의 달이고 사랑과 감사의 달이다. 오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인의 날, 석가 탄신일이 끼어 있는 달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인연은 자신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가족이 되고 관계를 맺는다. 명예보다. 돈보다, 권력보다 관계가 더 영원하다는 것을 깨닫는 5월이다.
가족으로 만나는 인연은 자신의 유일한 만남이라고 불가에서는 말한다. 그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다. 영어로 가족을 Family라고 표현한다.
이 표현의 의미는 Father and Mother , I love you의 앞 글자를 딴 약자라는 것이다. 가족구성원 모두가 사랑의 인연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연일 뉴스에는 가족 틀의 무너지는 느낌을 들게 하는 요즘이다.
세상은 각박해지고 가족이 점점 해체되는 트렌드다. 이럴 때일수록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뿐 아니라 이웃도 함께 내 가족과 같이 상생의 길을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마음은 이 싱그러운 5월에도 항상 어둡다.
아무리 의젓하고 씩씩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돌려 세워 보면 그 뒤뜰에는 우수의 그늘이, 인간적인 비애가 서려 있다. 요즈음, 만나는 사람마다 사는 게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분들의 어굴 마다 수심이 서리고 그늘이 보인다. 이것이 여왕의 계절이라는 5월의 얼굴인가?
앞에서 말한 이혜인 시인의 “시어”처럼 이런 5월에 절대적인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로 한숨 돌리고 삶을 돌아보는 5월이 되었으면 한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가에서 말하듯이 낙원이 아닌 사바세계다. 사바세계(娑婆世界)란 그 어원이 범어(梵語)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세상”이란 뜻이다. 법정 스님의 말이다. 사람은 참고 견디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는 크나큰 축복이라는 것이다. 참지 않고 들판에서 양육강식으로 먹고 자고 숨 쉬고 배설하는 것이 삶이라면 동물과 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보다 높은 가치를 찾아 삶의 의미를 순간순간 다지고 드러냄으로써 인간으로써 사람다운 삶을 사는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순간순간 변하고 움직이며 새로워 져야 한다. 이 런 변화와 움직임이 없을 때 우리는 제빛 늙음과 질병과 죽음만이 남는다는 것이다.
인생철칙으로 전해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하나같이 인생은 짧다고 한다. 어물어물하고 있을 때 인생은 곧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현재의 육신을 가지고는 단 한번 뿐인 인생,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존재인 우리들, 그렇다면 우리들은 살 때는 삶에 철저하여 전부를 살아야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하여 주저 없이 죽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성인의 경지다. 그렇지만 그것은 인간이면 구나 한번은 넘어야 할 생과사의 과정인 것을, 이런 과정을 생각해 본들 무엇 하리 …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5월의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의 몸매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 할 것이다. 소박하고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