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버이날에-오태익
5월이다. 어버이날을 그냥 넘기고 싶은 사람도 한번쯤 생각해 보기에 사람이다. 일 년에 한 번도 바쁘다는 이유로 생각 없이 보내버리는 사람도 많지 않나 생각된다. 세상이 복잡해졌다는 이유로, 마치 한글날 하루만 세종대왕을 생각해 보는 것처럼 어버이날 하루만 어버이를 떠올리는 것은 아닌가. 1년 365일을 어버이날로 삼아도 부족할 터인데, 좀처럼 쉽지 않음이 보통사람의 일이다. 어버이날을 맞으면서라도 어버이의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면 최선은 못되더라도 차선은 되지 않겠는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올해로 15년이 된다. 어머니는 우리와 같은 울타리 안에서 사시지만 연세가 많아서 바깥출입은 못한다. 15년을 하루 같이 공무원인 동생이 토요일이면 생선을 사들고 방문을 했다. 어쩌다 하루면 몰라도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동생이 집에 오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신기하게 기억을 한다.
문득 어느 사람의 글에서 읽었던 예화 하나가 생각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쪽에 있는 바투 동굴의 사연이다. 그 동굴이 있는 산에 한 여신이 두 아들을 데리고 살았다. 맏아들은 영특하나 게으르고, 둘째 아들은 아둔하나 매우 근면하였다.
어느 날 여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을 한 개 얻었다. 그런데 나누어서 먹으면 생명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과일이어서 문제가 생겼다.
궁리 끝에 이런 제안을 아들들에게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세 바퀴 도는 사람에게 이 과일을 주겠다.”고. 둘째 아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지구를 세 바퀴 돌았다. 그리고는 어머니에게 그 과일을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어머니는 “둘째야, 과일은 어제 저녁 네 형이 먹었다.”고 하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 둘째는 게으른 형이 지구를 자기보다 빨리 돌리가 없다고 따졌다. 어머니의 말인 즉, 형은 매일 먹고 자고 하다가 어제는 갑자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어머니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어머니 주위를 세 바퀴 돌았기에, 형에게 과일을 주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맞는 얘기가 아닌가. 이 세상의 그 무엇이 아름답다 한들 어머니의 내리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으랴 싶다. 어버이날은 1973년도에 기존의 ‘어머니날’이라고 하던 것을 이름을 바꿔서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끝이 없는 사랑을 받고서도 그 백분의 일도 갚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래서 내리사랑만 있고 치사랑은 없다고 하는 것일까. 이제는 효도를 할 수 있으려니 했더니 홀연히 돌아가신 아버지도 세월이 흐른다고 잊히지 않는다. 지금은 홀로 계신 어머니를 두 배로 잘 모시려고 하지만 마음 뿐 쉽지가 않다.
어느 목사가 어버이날을 맞아 설교 시에 했다는 한 마디가 가슴에 사무쳐 온다.
“한 분의 어머니는 열 명의 자녀를 훌륭히 키울 수가 있지만, 열 명의 자녀는 단 한 분의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합니다.”
노년에 행복하기 위해선 치매예방이 큰 과제로 떠올랐다. 복지부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올해는 57만 명, 11년 후엔 환자가 100만 명을 돌파한다는 소식이다. 암 다음으로 무서운 질병이 치매라고 하니, 몰라서 두렵고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온다니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50대에서 5년 새 두 배 급증한 치매는 잘 나가던 유명인사도 교수도 치매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2013년의 치매 환자는 57만 6000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4∼12월 전국 65세 이상 노인 6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치매, 이길 수 있는 병이길 바란다.
오 태 익 제주매일 객원 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