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스승이었다(김예람)

-화북소방서 실습을 마치며-

2013-05-08     제주매일

언제부터인가 소방차와 구급차가 지나가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의 눈길이 따라간다. 소방서 실습을 시작한 다음부터 자연스레 생겨난 현상이다. 어디에 무슨 일이 생겨나서 출동하는 것인지, 큰 사고는 아닌지 여전히 출동대원이 된 느낌으로 말이다.
 중학교 때부터 나의 꿈은 소방관이다. 한 번도 그 꿈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기에 이번 소방관 실습에 대한 나의 기대 또한 정말 클 수밖에 없었다. 길을 지나가다 교통사고가 나거나 뉴스에서 사건 사고소식을 접할 때에도 그 현장에 있을 소방관이 그렇게 부러울 수밖에 없었기에 실습 가는 발걸음은 말 그대로 설렘 반 기대 반이었다. 누구든 첫 만남, 첫 경험에 대한 느낌이 남다르듯이 나 또한 첫 현장 출동은 남달랐다. 출동현장에 가보니 초등학생 남자 아이가 숨을 못 쉬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의 꾸지람에 놀랐는지 흥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큰 문제는 아니어서 바로 돌아오긴 했지만 어린 나이에 무슨 쌓인 분노가 많기에 그런가 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실습이 하루 이틀 지나면서 찾아오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기대와 설렘과는 달리 찾아오는 두려움이었다. 사람이 쓰러지고, 다치고. 피를 흘리고 때론 스스로의 안타까운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들이 큰 트라우마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작년 여름 해수욕장에서 인명구조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우연찮게 물에 빠진 사람을 심폐소생술 한 적이 있었다. 안타깝게 돌아가셨는데 한 동안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오는데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었다. 이번 실습 마지막 주에 나는 또 한 번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을 했는데 젊은 아저씨가 스스로 목을 맨 것이다. 반장님과 같이 실습하는 오빠의 뒤를 따라 갔는데 말 그대로 정신의 붕괴가 와서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침착하게 처리하는 반장님의 모습이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그 때는 보잘 것 없는 우리라도 함께 있으니 다행이지만 혼자서 어떻게 하실지 생각을 하니......
  그 후로 또 며칠은 나와의 힘든 싸움이 시작되었다. 밥을 먹으려고 해도 생각이 나고 잠을 자려고 해도 떠오르는 모습들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또 그 장면을 초등학생 딸이 제일 먼저 발견했다고 하니 또 그 어린 딸이 받은 충격을 얼마나 클까? 부모님은 내가 아직 마음이 여리고 많은 현장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빨리 잊기를 바라셨다.
그럼 정말 소방관대원님들은 아무렇지도 않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정이 있는 사람이면 그 분들도 마음을 도리는 아픔이 있을 것이다. 자주 전해 듣는 이야기나 뉴스들을 듣다보면 전국적으로 소방관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 하는 대원들이 무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단지 직업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말 그대로 사명감, 그것이 아닐까?
 그래서 무엇보다 그 분들에게도 힐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때론 사고 당사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하고 또 한편으론 그 곁에서 사고를 지켜본 가족과 지인들을 안심시키고 위로해 주어야 하는 것 또한 소방관들이 몫이기에 소방관들의 몸과 마음이 먼저 치유되는 것이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 한 반장님의 아기 돌잔치에 초대되어 가게 되었다. 매일 입던 소방관 옷을 벗고 모두가 사복을 입은 모습에 처음에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안 되었다. 한 층 더 밝아지고 멋진 모습들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또 소방서에는 볼 수 없던 매력들이 보여서 좋았다. 소방서에서의 긴장감이 사라져서 더 그런 것처럼 보였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그리고 우리가 먹고 웃는 그 순간에도 근무를 하시는 소방관들은 또 어디에서 들어올지 모르는 출동을 기다리며 계신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 아쉬움도 몰려왔다.
  이제 난 소방관실습의 끝자락에 와 있다. 벌써 근무가 끝나신 반장님과는 아쉬운 작별(?)의 인사도 했다. 끝까지 나와서 인사해 주시는 모습에 마음이 찡했다. 경험처럼 좋은 스승은 없다고 했던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실습기간 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나는 또 한발자국 성숙해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나의 소방관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도 출동을 기다리며 또 출동현장에서 수고하시는 선배 소방관님들 모두 모두 파이팅입니다.

 

한라대 응급구조과 실습생 김예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