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김 덕 남
일평생을 교육자의 길을 걷다 명예로운 정년퇴직을 했다는 소식은 2월이나 8월이면 종종 듣게 된다. 그러나 말이 한 평생이지, 그게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은 누구나 잘 아는 바다. 자기 직업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과 인내심 그리고 확고한 철학과 열정이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하물며 정치적 사회적 제반여건이 열악했던 우리 언론풍토에서 기나긴 세월을 오직 한 길 ‘기자’로 종사한다는 것은 참으로 험난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여기 온갖 난관과 역경을 뚫고 오로지 한 직종(職種) ‘신문인’으로 40여 성상을 근속(勤續)한 사람이 있다. ‘제주매일’의 김덕남 주필이 바로 그다.
그는 주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반영하며, 이 고장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글을 써온 지역 언론인이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 본연의 자세인 비판과 감시자로서의 역할에도 결코 소홀함이 없었다. 묵묵히 가시밭길을 걸어온 외골수 ‘언론인’ 그는 과연 누구인가.
김덕남 주필은 제주섬에서도 산남(山南)인 안덕면 사계리에서 출생하였다. 태평양과 연해있는 짙푸른 바다, 다정하게 서있는 형제도, 웅장한 산방산과 용머리가 있는 곳이 그의 고향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환경을 배경으로 파도소리를 들으며 성장한 영향인가, 그는 ‘글쟁이’의 재능을 청소년시절부터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지금은 의정활동에 여념이 없는 구성지 의원 등과 더불어 한라산을 상징하는 동인지 ‘1950’을 창간, 창작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여태껏 시인으로 문단에 오르지는 않고 있다. 그 특유의 고집스러움이랄까.
그는 겸손의 사람이다. 어느 모임, 어떤 장소에서도 그는 상석(上席)을 모른다. 늘 말석(末席)이 그의 차지다. 언행에서도 그의 겸허함은 그대로 묻어 난다. 깍듯한 말씨와 몸가짐은 언론인 김덕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등단을 하지 않는 이유도 겸양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한다. 속된 표현으로 목에 힘을 줄만도 한데 말이다.
그는 정(情)이 깊은 의인(義人)이다. 어려운 사람, 곤경에 처해있는 자를 보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다. 그저 도와만 주고 싶어 한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는 10년이 더 걸렸다. 물론 여의치 못한 사정도 있었지만, 한번은 그 귀중한 ‘어머니장학금’으로 후배의 등록금을 대신 내주느라 자신의 학기는 놓치고 말았다. 지나가는 군인을 불러 세운다. “해병대 몇 기인가. 나는 자네 할아버지뻘 되는 선배일세. 휴가비에 보태 쓰게나.” 이러다 보니 그의 주머니 사정은 항상 얇을 수밖에.
그는 가없는 애향인(愛鄕人)이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두주불사(斗酒不辭)형이었던 그는 고향사랑에 두 번째 가라면, 아마 서러워서 살지 못할 터이다. 자기가 태어난 향촌을 그렇게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다시 있을까할 정도로 애향심이 갸륵하다. 과묵한 그는 향리의 일이나 동향인(同鄕人)에 관해서도 말로 하지 아니하고 글로써 표출한다.
그는 어김없는 필론인이다. 필자가 언론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기자를 ‘언론인’과 ‘필론인’으로 구분하여 농(弄)을 했던 적이 있었다. 방송기자는 말(言)로 보도한다하여 언론인(言論人), 신문기자는 글(筆)로 보도하기 때문에 필론인(筆論人)이라고 우수개 소리로 붙인 별명이었다. 당시 신문사와 방송사를 왕래하는 기자들이 많았으나, 김덕남 주필은 기필코 신문만을 지키고 앉았다. 언필칭 필론인인 것이다. 평생을 정의로운 필치(筆致)로 일관해온 그인지라, 유신(維新)같은 독재시대에는 알려지지 않은 필화사건도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침묵으로 극복해 왔다.
그는 제주 지역언론의 산 증인이다. 1974년 언론에 기자로 입문하여 어언 햇수로 40년. 주간 ? 일간을 두루 섭렵하였다. 제남신문을 시작으로 제주신문(일보)의 사회부장과 편집부국장 ? 논설위원을 거쳐, 제민일보 창간에 참여하면서 편집국장과 논설실장을 역임하였다. 그 후 제주매일(제주타임스)의 편집국장과 대기자(大記者)로 활동하다가, 주필로 자리를 옮겨 오늘에 이르렀다. 제주신문 재직 중에는 제주도기자협회장을 맡기도 하였다.
이런 그가 신문에서 퇴장하고 있다. 고희(古稀)를 맞으며 일생을 몸담았던 언론을 뒤로하고 은퇴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도 아쉽다. 아직은 건강하고 동안(童顔)인 김 주필. 사설 ? 칼럼 문장력이 탁월하고 필력이 왕성한 그가 왜 그만 두려는지, 서운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그의 결심을 아무도 막지 못하고 있다. 워낙 꼿꼿한 성품 탓이리라.
하는 수 없지 아니한가. 비록 신문사는 떠나지만 어디에서든 타고난 양심과 강직한 신념 그리고 정론직필의 정신만은 그대로 살아, 우리 지역언론사에 ‘영원한 언론인 김덕남(金德男)’으로 기록되길 간절히 소망하는 바이다.
이 용 길 행정학박사.前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