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경제학-김찬집
며칠 전“아줌마 경제학”(나카지마다카노부 저, 김숙이역, 원제 オバサンの經濟學) 이라는 책을 읽었다. “세계 언어사전”에 따르면 “아줌마”의 정의는 집에서 살림하며 40대 이상의 여자들로 자녀를 다 키운 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어 높은 구매력을 가진 그 나라 특유의 집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일본 아주마를 대상으로 쓰고 있지만 아줌마들의 연령대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성양이나 거의 비슷한 연령대이다.
아줌마라는 계층은 경제적으로 구매력이 있는 집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강남 사모님” 일본에서는 “와타나배 부인” 미국에서는 “스미스부인”이라는 계층들이 자기나라 자본시장 및 외국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계층이다.
저자는 “아줌마가 장미보다 콩나물을 좋아하는 이유가 경제학적으로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아줌마들은 경제학의 눈으로 본 독특하고 별난 집단이다. 미시적 실물경제측면에서는 최고의 경제 전략가라는 주장이다. 일본에서는 지하철 좌석을 향해 돌진하는 아줌마를 막을 자는 세상에 없다는 얘기다. 지하철 좌석에 앉는 법에 관한 법률이 없으니, 먼저 와서 앉는 사람이 장땡이다. 그때 아줌마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때론 빈 좌석이 없다고 해서 아줌마는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는다. 다음 정차 역에서 누가 내릴지 암산한다. 그러고 나서 재빠르게 자리를 차지한다. 사회통념상 화장실은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나누어진다. 그렇다면, 여자 화장실은 복잡하고 남자 화장실에 사람이 없으면, 아줌마는 거침없이 불쑥 남자화장실로 들어간다. 여느 여자들 같으면, 창피해서 하지 못할 일이다.
아줌마가 지하철 좌석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나, 스스럼없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행위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원분배의 원칙’이다. 지하철의 좌석이 낭비를 막고, 여자 화장실의 혼잡을 완화하고, 한산한 남자 화장실의 가동률을 높이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경기활성화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아줌마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뻔뻔할’ 정도로 행동한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자기중심적인 아줌마일지 모르지만, ‘경제학의 눈’으로 분석해보면 이는 지극한 합리적인 경제 활동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아줌마의 행동을 경제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사람들이 아줌마에 대해 갖고 있었던 선입견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는 잘못된 것임이 분명해진다.
저자는 아줌마를 여성다움과 아름다움유지를 포기한 여성으로써 폐경기가 시작되는 45세부터 64세까지의 여성들을 아줌마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안에 여성다움을 유지하는 비 아줌마도 있지만 여러 기관들의 통계 수치를 이용하기 위하여?편의상 나이로?구분했다고 했다.
앞으로 아줌마들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까? 현대사회에서 가전제품의 혁신적인 발전은 가사노동의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주고 있다. 전원 하나로 간단히 음식을 완성시킨다면, 누가 수고를 해서 요리를 할 것인가. 따라서 전업주부가 가정생활에서 느끼는 보람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것은 아줌마의 공동화空洞化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아줌마는 가정에서 자녀양육이나 간호를 책임지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아기를 돌보려면 활동하기 편한 옷이 좋고, 비싼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못 한다 그러나 이것은 여성이 적극적으로 선택한 결과가 아니라 가정이라는 ‘시스템’에 로크인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여성에게 ‘아줌마’라는 가혹한 현실은 너무나도 여성에게 야속한 일인지도 모른다. 경제학에서 한 사람이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줌마경제학은 결혼, 가사, 출산, 육아 등은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처절함이라면 이것은 대지 같은 여성의 숭고함이다
김찬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