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 訓育’의 지혜

2013-04-23     제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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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EBS 방영 프로그램이다.
제 집에서 함께 숙식하며 문제 학생들의 거친 심성을 달래 줬던 선생님, 자연 속 생태수업으로 폐교 위기의 학교를 구했던 선생님, 함께 악기를 다루고 함께 그림을 그리며 아름다운 심성을 가꾸어 줬던 선생님, 그늘지고 어려운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통해 서로 돕고 남을 배려하는 예양(禮讓)의 미덕을 키워줬던 선생님들, 살맛나는 세상, 사람냄새 나는 사회를 꿈꾸며 사랑과 희생과 열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이야기다.
 연출자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인연인 선생님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학창시절과 평생 잊지 못할 가르침을 추억하는 감동 휴먼 다큐멘터리’라 했다.
 기억에 남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다. 일선교단에는 역시 존경받아 마땅한 선생님들이 오늘도 참교육 밭갈이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각박한 세태는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을 앗아가 버렸다. 교단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선생님들의 일상을 그래서 더욱 고달프고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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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교권(敎權) 추락이다. 교육부 통계로는 교권침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010년 2226건이었던 것이 2011년에는 4801건이었다. 2012년에는 1학기에만 4482건이었다.
 교권침해 사례 중 47.2%가 학부모나 학생의 폭행과 폭언에 의한 것이라는 학교교원단체 집계는 충격적이다.
 중매시장에서는 ‘선생님’이 인기 옵션으로 테이블에 올려 지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이리 차이고 저리 치이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전인 교육 실종에 의한 인성마비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출세와 경쟁만을 부추기는 입시위주의 지식 편중 교육의 폐해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론(異論) 여지는 있다.
 인성중심의 전인교육(全人敎育)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의 보편적 미래 가치다. 지육(智育).덕육(德育).체육(體育) 모두를 아우르는 한국의 전인교육도 1895년 고종(高宗)의 ‘교육에 관한 교서’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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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교육의 중심은 ‘사랑’이다. 무조건 ‘오냐 오냐 사랑’도 있고 잘못에는 가차 없이 따끔한 ‘회초리 사랑’도 있다. ‘당근과 채찍 사랑’도 있을 터이다.
 여기서는 ‘회초리 사랑’ 이야기다. ‘오냐 오냐 사랑’이 버릇없는 아이를 만든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출발점은 가정이다.
 우리 옛 부모는 자식을 키움에 있어 어릴 때부터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먼저 가르쳤다. 잘못하면 아이에게 회초리를 가져오게 했다. 스스로 매의 경중(輕重)을 선택토록 하는 것이다. 아이는 회초리를 고르면서 반성의 기회를 얻는다. 부모는 그 사이 감정을 다스려 훈계의 정도를 정리한다. ‘사랑의 매‘인 것이다. ‘회초리 훈육’의 지혜다. 거기에서 부모의 사랑과 아이의 순종이 어우러져 인성이 영글어 간다. ‘회초리 훈육‘은 인성교육의 알파요 오매가다.
 “나무에 가위질 하는 것은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야단맞지 않고 자란 아이는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없다. 역경에 단련되어야 큰 인물이 된다”.는  프랭클린의 말을 새삼 인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식을 사랑한다면 먼저 부모가 회초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가정교육이 살아야 인성교육이 살고 학교교육도 살 수 있다. 그래야 선생님의 권위도 일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