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에서 받은 선물(김덕언)

2013-04-11     제주매일

 심리학교수 필립 잠바르도는 낙서, 유리창 파손 등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증명하고 있다. 본넷을 열어 논 차와 앞 유리창이 깨어진 두 대의 차를 일주일 동안 관찰한 결과 본넷을 열어 논 차는   일주일 전과 비슷한 상황이었고, 유리창이 깨어진 차는 10분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타이어가 사라지는 등 일주일 후에는 폐차 직전의 수준으로 파손되었다고 한다. 청소년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사소한 청소년 문제라도 깨진 유리창 하나를 대수롭지 않게 내버려두는 것처럼 방치할 경우에는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얼마 전 가족들과 본 영화를 보면서 '깨진 유리창 이론'이 떠올랐다. 1,220만명의 관객이 봤다는 7번방의 선물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인물은 주인공 용구보다 보안과장이었다. 보안과장은 아동 성추행을 한 인물(비록 누명이었지만)을 믿어주었고 그의 딸 예승이를 키웠다. 그가 아니었다면 예승이는 어떤 모습으로 자랐을까?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조사한 학생 정서, 행동특성자료에 의하면 제주도가 타 시도에 비해 주의군이 5,605명으로 충남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또한 도내 이혼율(18.1%)과 맞벌이비율(58.6%)도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청소년의 일탈이라는 문제와 연결되고 있다.

 청소년의 일탈은 또한 개인적요인(충동조절의 문제, 학습장애), 가족적요인(아동학대, 부모문제), 환경적요인(대중매체, 경제상황)등에 의해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역, 학교 차원의 체계적 대응체계 마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우리들의 작은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질책보다는 그들을 믿어주는 마음인 것이다.

 영화에서 7번방의 식구들은 폭력, 사기 등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이다. 용구는 그런 사람들에게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회라는 값진 선물을 주었다. 또 용구는 그 사람들에게서 딸 예승이를 만나게 되는 선물을 받았다. 예승이는 아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 만큼의 믿음이라는 선물을 받았고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작은 관심의 소중함을 깨닫는 귀한 선물을 받았다.
믿음으로 이어지는 7번방의 선물이 폐차 위기의 인생들을 구원한 셈이다.

 제주시 청소년수련관담당 김덕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