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의 이중적 문화인식
보존해야 될 ‘카사델 아구아’ 파괴해 놓고 일본 건축예술은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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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 예술을 보는 우근민 지사의 이중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마땅히 보존하고 보호해야 할 제주도내의 빼어난 건축 예술 작품은 파괴해버리면서 일본 섬지방의 건축예술에 대해서는 침이 마르도록 극찬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지사는 10일 “마을 전체가 거대한 갤러리라 할 만큼 예술적으로 뛰어나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며 일본의 ‘나오시마’에 대해 극찬 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우지사는 이날 나오시마에 대해 “공장 폐기물로 폐허가 됐던 섬이 베네세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이 섬에 예술혼을 불어넣어 100년 넘은 집들이 현대 미술과 손잡은 독특한 모습과 골목골목에서 발견되는 감각적인 일상은 나오시마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마치 나오시마의 홍보요원이나 대변인 역을 맡은 것이 아니냐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예술혼을 불어 넣었다’느니, ‘현대 미술과 손잡은 독특한 모습’과 ‘골목골목의 감각적 일상’운운의 칭찬은 마치 나오시마를 속속들이 연구한 건축예술 평론가가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전문가적 시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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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준 높은 이 같은 우지사의 건축예술 감각이나 인식은 정작 제주에서는 정반대의 행태를 보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바로 세계적인 건축예술의 거장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遺作) ‘카사델 아구아 더 제주 갤러리(이하 카사델 아구아)’ 철거 과정에서 보여준 제주도정의 역할을 말함이다.
‘카사델 아구아’는 ‘레고레타가 제주의 물과 바람, 빛에 영감을 받아 빚어낸 건축물로 현존하는 건축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하우스‘라는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었다. 레고레타의 작품은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제주 등 단 두 곳에만 있었다. 그래서 건축미학이나 예술적 가치를 지닌 최고의 걸작품이며 희소적 가치를 포함하면 경제적으로도 계량 할 수 없는 무한 가치를 지닌 건축문화예술 유산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문화적 예술 가치가 높고 맥시코 정부와의 관계, 제주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보존돼야 하며 그럼에도 이를 철거한다면 국격 및 지자체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철거반대 의견을 내놓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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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인위원회만이 아니다. 맥시코 정부와 전국적 건축 설계 관련 단체, 제주도내 문화예술 단체 등에서도 철거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존치를 요구했었다.
우근민지사도 이러한 격렬한 철거반대 목소리에 지난 2월 도의회 업무보고에서 “카사델 아구아 보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었다. 그래놓고 지난 3월 행정대집행을 강행하여 무자비하게 철거해버렸다. 당연히 ‘문화 말살 도정’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런 비판이 나오기 전 우지사는 (나오시마 현지답사 소감처럼) 기업(부영)이 전폭 지원하고 제주문화예술계와 함께 ‘카사델 아구아 건축예술’의 가치를 한껏 드높이는 프로젝트를 마련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도 우지사는 카사델 아구아를 파괴해버렸다. 일본을 다녀온 후에는 나오시마의 건축예술 활용을 극찬하는 낯간지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제주가 마땅히 보존하고 보호해야 할 세계적 희소 건축 예술 작품은 군사작전 하듯 불도저 등 중장비를 동원하여 파괴해 버려 놓고는 일본의 건축가 작품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이중성에 도민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앞뒤 안맞는 행태여서 그렇다.
그래서 우지사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일본의 나오시마처럼 제주도도 건축예술과 현대적 미술을 접목시켜 골목골목 감각적 일상을 발휘하는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우도정의 희극성‘을 보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