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건강에 눈감은 전국체전 경기장 보수
수영장 폐기물 1000t...행정 보수공사 현장 관리에 손 놔
“건설 폐기물은 생활환경과가 담당이다”(제주시 환경보호계), “우리는 중간 처리(운반)업무만 한다. 분진(비산먼지) 부분은 환경보호계가 맞다”(제주시 생활환경과), “우리는 복합체육관 업무만 담당한다. 나머지 경기장의 보수ㆍ보강공사 업무는 스포츠지원과(제주시)가 담당”
제95회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제주종합운동장 등 주요 경기장 시설에 대한 보수ㆍ보강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공사장에서 나온 건축폐기물 관리를 두고 해당 부서 간 업무 떠넘기기가 도를 넘어 시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제주도는 내년 제주체전을 앞두고 총 806억원(국비 30%)을 투입, 주요 경기장에 대한 보수ㆍ보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예산 중 올해에만 636억원을 투자,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과 한라체육과, 실내수영장 등 주요 경기장 10개에 대한 공사를 진행 중이며 내년 2월말까지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170억원은 읍면동 소규모시설 및 학교시설 51개에 대한 시설 투자를 할 계획이다.
비산먼지 무방비...운동나온 시민들 덮쳐
지난 3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실내수영장. 수영장 내부에서 철거된 콘크리트와 목ㆍ철재 폐기물들이 수영장 앞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폐기물 야적장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문제는 이 처럼 많은 폐기물을 쌓아두면서 비산먼지를 막아주는 가림막이나 덮게 같은 시설물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
현장을 찾은 10일. 이날 오전부터 이들 폐기물에 대한 운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작업에는 굴삭기와 대형 트럭(25t) 등 중장비가 동원됐다. 해당 폐기물들을 트럭으로 옮겨 싣는 동안 뿌연 미세먼지들이 경기장 인근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이날 운반된 폐기물의 양은 약 1000t 25t트럭 40대 분이다.
문제는 수영장에 인접한 애향운동장 산책로에서 매일 수백명의 시민들이 운동과 산책을 위해 찾고 있다는 것.
화창한 날씨였지만 비산먼지 때문이지 대부분의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 주위를 돌고 있었다.
매일 아침 이곳에서 운동을 한다는 강모(52)씨는 “경기장 보수 공사도 중요하지만 저런(폐기물)건 좀 관리해 줬으면 한다. 먼지 방지 덮게라도 덮어 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민 역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먼지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다”면서 “시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우리 업무 아니다(?)” 부서 간 업무 떠넘기기...애꿎은 시민들만 피해
문의를 위해 제주시청 녹색환경과에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해당 공무원은 “비산 머지 부분은 환경보호계가 담당”이라며 다른 부서로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전해들은 공무원(환경보호계)은 “건설 폐기물 관련은 생활환경과에서 하는 게 맞다”며 또 다시 전화를 돌렸다.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건축 폐기물관리는 맞지만 우리는 중간 처리(운반)업무만 담당 한다”며 “공사장 분진 관련 업무는 환경보호계(녹색환경과)에서 하는 게 맞다”고 맞받아쳤다.
해당 공사장에서 나온 폐기물 관리를 두고 부서 간 업무를 떠넘겨 책임을 피하려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결국 제95회 전국체육대회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전국체전추진기획단으로 전화를 돌렸다.
체전기획단 관계자는 “우리는 복합체육관(구 전천우게이트볼장) 신축 업무만 한다. 나머지 경기장의 보수ㆍ보강공사는 스포츠지원과(제주시)가 담당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연락이 된 스포츠지원과 담당자의 입에선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해당 문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
이 담당자는 “그렇지 않아도 (비산 먼지에 대한)민원이 있어 오늘 오전 회의를 통해 살수차 동원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여대의 트럭이 폐기물을 나르는 동안 비산먼지 확산을 막기 위해 동원된 살수차는 보이지 않았다.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공무원은 “살수차는 오후부터 동원될 것”이라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