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박근혜”
대통령 이름 ‘밝은 해’ 연상
웃음이 고왔다. 구김살 없이 밝고 환했다. 백목련처럼 우아하고 속되지 않은 하얀 웃음이라고도 했다. 이름에서 우러나는 소리연상은 ‘밝은 해’의 느낌이었다. 박근혜대통령이 후보시절 거리거리 만나는 사람들에게 건네던 악수와 웃음이 그랬다. ‘밝은 해’는 ‘박근혜’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도 했다. 지지자들이 그랬다.
반대자들은 이에 발끈하여 ‘박근혜는 발끈해’라고 비아냥 거렸지만 대통령 이름의 소리연상은 ‘밝은 해’ 또는 ‘바꾸네’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희망’과 ‘변화’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을 ‘밝은 해 정부’로 부르자는 일부 네티즌들의 성화도 없지 않았다. 마침 박근혜정부의 핵심 키워드가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다. ‘희망과 행복’이 컨셉이다. ‘밝은 해’의 희망과 ‘바꾸네’의 변화를 통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정부는 이러한 국민의 여망과 기대를 담고 출범했다. 그러나 ‘밝은 해’와 매치되는 대통령의 환한 웃음은 여기까지다. ‘국민의 희망과 행복’은 여기서 주춤거리고 있다.
추락하는 대통령 리더십
취임 37일, 대통령의 단아한 웃음은 사라졌다. 표정은 경직됐고 눈빛은 매서워졌다. ‘밝은 해’의 이미지가 ‘발끈해’로 바뀌고 있다는 된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계속되는 북의 전쟁도발 위협은 분명 타개하고 깨트려야 할 급박한 위기상황이다. 잡도리는 대통령 몫이다. 대통령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얼굴에서 웃음 끼를 밀어낸 것이 이러한 외생변수(外生變數)만은 아니다. 내재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려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독선과 정치력 부재, 시스템이 작동 안 된 ‘나홀로 깜깜이 인사 난맥상’은 대통령의 고집불통에서 비롯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라서 쓰려고 했던 공직후보자마다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성상납 로비연루, 전관예우 고액 소득, 병역문제 등 등 온갖 쓰레기 같은 역겨운 악취가 진동했다. 대통령이 웃으려고 해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인수인계나 정권 출범 과정은 국격(國格)에 맞지 않게 후진적이고 서툴렀다. 출범 초 보여주는 ‘박근혜 리더십’은 그래서 안타깝게도 평가절하 될 수밖에 없다. 출범 한 달 남짓인데 대통령 지지도는 40%대로 추락했다.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음이다.
당신은 웃을 때가 아름답다
그러나 아직 절망 할 때는 아니다. 비록 37일이 실망스럽다 해도 앞으로 남은 4년 10여개월은 희망의 세월이다. 희망을 다듬어 행복을 엮어가기에 충분하다. 지금까지의 절망적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하나로 묶는다면 ‘희망의 국민 행복시대’는 못 이를 ‘파랑새의 꿈’만은 아니다.
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대통령에 보내는 주문은 무겁고 엄중하다. 우선 구중심처(九重深處) 청와대의 문을 활짝 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듣기 거북한 쓴 소리도 약으로 받아들이고 비판에 겸손하라. 병풍에 둘러싸인 칸막이 정치는 곤란하다. ‘예스 맨‘만 앞으로 나란히 줄 세우는 ’환관정치‘는 불행의 씨앗이다. 불통은 국정의 동맥경화만 부를 뿐이다.
대통령의 입맛이 당연히 국민의 구미(口味)에 맞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며 오만이다. 국민의 구미에 대통령의 입맛을 맞춰야 한다. 낮은 자세로 국민의 삶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그래서 예의 그 밝고 환한 ‘대통령 웃음의 바이러스’를 민생 속에 퍼뜨려야 한다. 웃음은 희망과 행복의 숙주(宿主)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당신은 웃을 때 가장 아름답다(칼 조세프 쿠셀)“고 했다. ”웃어라, 박근혜“, ”웃어라, 밝은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