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주민신고 받고 출동 외면

2013-03-28     제주매일

지난해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실시했던 치안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제주지방경찰청은 종합점수 75.6점이었다. 전국 최하위였다. 전국 평균인 79.6점보다도 4점이나 낮았다.
그러나 이렇게 나온 부끄러운 최하위 점수는 그냥 나온 수치가 아니라는 정황이 나오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도내 일선 파출소의 치안 대응능력을 읽을 수 있는 사례여서 그렇다.
지난 25일 밤 식당을 운영하는 60대는 인근 파출소에 “취객이 행패를 부리고 있으니 도와 달라”고 신고 했다. 술 취한 2명이 손님과 시비를 걸고 손님과 식당 주인 등에 폭력을 행사하는 등 행패를 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급해진 식당 주인이 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경찰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경찰은 “지금은 출동하더라도 잡을 수 없으니 상황을 적어놨다가 다시 상황이 발생하면 신고 해달라”는 답변이었다는 것이다.
다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상황일지를 써 놨다가 그런 일이 또 생기면 신고해달라는 취지였다. 일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동일한 신고인데도 사람에 따라 대응을 달리했다는 데 있다.
식당 주인이 신고 했을 때는 딴소리 하다가 파출소에 아는 사람이 있다며 식당주인 지인이 신고를 하자 부랴부랴 출동 했다. 일선 경찰의 치안서비스가 사람에 따라 차별을 둔다면 어떻게 이를 진정한 대민치안 활동이라 할 수 있겠는가. 경찰 스스로 치안의 신뢰도에 먹칠을 하는 꼴이다.
논란이 일자 관련 경찰은 “행패를 부렸던 손님이 이미 달아난 상태에서 당시의 상황을 일기식으로 작성해 놓으라고 했던 것”라고 해명했다.
정말 어이없는 노릇이다. 만약 취객의 폭력이나 행패에 의해 사람이 크게 다치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상황일지’ 타령만 했을 것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경찰이 할말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