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전체가 나서서 막아야"

한국공항(주) 행정심판 청구 파문

2005-02-23     고창일 기자

'제주의 생명수를 팔아 이익을 챙기겠다는 의도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한진그룹 산하 한국공항(주)의 '먹는 샘물 시판목적 도외반출 허가'를 위한 행정소송이 제기된 가운데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면 판례에 의하면 '한국공항측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 돌면서 제주도는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중이다.

한국공항측이 먹는샘물 시판 목적 반출 요구에 나선 지난해 당시 광역수자원관리본부장이던 조여진 환경도시국장은 "만약 한국공항측이 승소하면 다시 제주도에 허가를 요청할 것이고 도는 이를 무시할 방침"이라며 "업체측은 업부 관련 상급기관인 건설교통부에 허가를 요구하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국장은 "법규정에 따라 건교부가 허가할 경우 난감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제주도는 '불허'라는 한 가지 방책만으로 제 규정을 앞세운 업체의 공세에 대해 '시간 벌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업체측은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줄곧 이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으로 절차와 규정에 얽매이는 행정 당국에 전적으로 일임하기보다는 도민 전체가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머리를 들고 있다.

▲현행 법률은 한진그룹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1월 29일 개정된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33조 지하수개발. 이용허가 등에 관한 특례 조항을 보면 도내 지하수를 신규로 개발. 이용하고자하는 자는 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허가를 받은 자 중 지하수 개발. 이용기간을 연장하거나 허가 받은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역시 도지사의 허가가 전제조건이다.
신규허가의 경우 도지사가 이를 막으면 되지만 한국공항의 요청에는 '판례'라는 힘이 실려있다.

국내 먹는 샘물업자들이 건교부를 상대로 종전 '수출용'으로 제한된 규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 승소한 전례가 있다.
한국 공항측이 기대는 부분으로 도의 관계자는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최종적으로 국내 시판을 접는다는 조건아래 수출용으로 허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수출조건부 허가도 안된다.

제주도 관계자가 밝힌 대로 최종적으로 '수출조건부 시판목적 도외 반출'이 허용된 다면 이는 제주도 지하수를 고갈시키는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한진측의 '말 바꾸기'가 '수출조건'의 파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한 기록들을 살펴보면 1995년 7월 제주를 방문한 조중훈 한진그룹 당시 회장은 도지사에게 제주 물로 돈 벌 생각 없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듬해 9월 조회장은 다시 도지사를 만나 제동흥산이 건설교통부에 요구한 부관취소 행정소송과 관련, 제동흥산 사장에게 모든 것을 지시하겠다면서 행정소송 취하 의사를 표시했고 예전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같은 해 10월 도청기자실, 12월 도의회 관광건설위에서 제동흥산 유상희대표는 먹는 샘물 국내시판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한진측이 여러 차례에 걸쳐 '먹는 샘물 시판'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반면 다시 올해 들어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에 비춰볼 때 '수출용으로만 쓰겠다'는 협상용 카드도 역시 공수표가 돼버릴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더욱이 수출용이지만 한진이 판매에 나서는 시점에서 다른 대기업들이 법률적 접근 등 다양한 공세를 펼치게 된다는 가정도 가능한 만큼 이 기회에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먹는 샘물을 '공공재'로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 도민들의 바람이다.

▲특별법을 개정하자.

특별법 지하수 관련 조항은 신규 허가만을 가로막을 수 있게 규정됐을 뿐 1984년부터 제주도 먹는 샘물을 대한항공 기내음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한국공항(주)는 말 그대로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
이에 올 11월 24일까지 월 3000t, 하루 최대 200t, 연간 2만5629t을 생산하려는 지하수 개발. 이용허가가 지난해 12월 21일 도의회를 통과했다.

'재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될 게 아니냐'는 목소리는 감정에 치우친 것으로 이를 처음부터 봉쇄할 수 있는 법률적 검토가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다.
방법은 단 하나.
국제자유도시특별법 개정을 통해 '시판 목적의 도외 반출 절대 금지'라는 조항을 명시하면 된다.

▲법적 근거 마련 위해 도의회를 중심으로 방안을 도출하자.

한국공항의 행정심판 청구 소식을 접한 제주도와 도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업체 스스로가 제주도의회에서 국내시판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사실을 정면으로 어겼다며 "대기업의 도덕성과 윤리의식 실종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시민. 사회단체는 "국내 시판 허용은 지하수 개발의 확대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못 박은 뒤 "무리한 항공료 인상 등 도민의 사정을 돌보지 않은 한진그룹의 지하수 개발 자체를 축소조치 등을 통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는 가장 소극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이윤 추구'가 최고선인 기업에 대해 명분을 내세우기보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으로 제주도의회를 중심으로 서명 운동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고 이를 제주도가 건교부에 건의하는 방식으로 법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도민들은 "제주도민의 생명수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도민의 대표인 도의회가 중심에 서야 하는 것은 물론 제주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 사회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