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같은...’
“로비에 議事결정 왜곡(?)”
제주도의회가 구설수에 올랐다. 의사(議事)결정과정의 ‘로비 의혹’ 때문이다. 재적(在籍)의원 2/3가 찬성해 발의했던 ‘제주투자진흥지구 행정사무조사 요구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새끼 치는 설왕설래(說往說來)다.
도의원 27명은 ‘투자진흥지구 지정 특혜 의혹’, ‘국유지가 포함된 지구의 부동산 투기와 ’먹튀‘논란’, 이 과정에서 도의 ‘부동산 투기 거간꾼 역할 의혹’ 등 등 사실규명 차원의 ‘행정사무조사 발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안건 발의 의원 27명은 전체 재적의원 과반이 훨씬 넘는 인원이다. 이를 근거로 한다면 발의안 본회의 통과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20일 본회의 표결결과는 이외였다. 재석(在席)의원 30명 중, 찬성 14명, 반대 10명, 기권 6명으로 재석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발의안에 서명했던 13명의 행보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본회의에 불참을 했건, 참석하고도 반대표를 던졌건, 기권을 했건, 오리발을 내민 것이다.
“의원들이 로비에 놀아 난 것”이라는 의혹의 단초다. 로비의혹 실체는 모호하다. ‘집행부의 읍소작전’에 꼬리를 내렸다거나 ‘업체의 은밀한 검은 고리’에 낚였다는 설만 무성하다.
절차적 민주 빙자한 야바위
‘의회 로비 의혹’제기는 이번이 처음 아니다. 일 년 전에도 시끄러웠다. 2012년 4월 25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환경도시위원회가 통과시킨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이 부결됐다. ‘녹색지역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 수단으로서의 특정용도 건축 제한’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었다. 상임위원회에서 오랜 시간 검토하고 심사해 통과 시킨 안건을 본의회에서 진지한 고민이나 심의 절차도 없이 부결시켜 버렸다.
당시 관련 상임위원장은“특정 이익단체의 로비로 의원들이 안건을 부결시켰다”고 공개적으로 로비의혹을 제기했다. 소수 이익단체의 로비가 도의회 의사결정을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의회의 다수결 의사 결정은 민주적 절차다. 그러나 형식적 요건만으로 의회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로비가 좌지우지 하는 투표행위를 진정한 의사결정 수단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빙자한 방자한 야바위일 뿐이다. 민주적 의사 결정의 역설이자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민의 대변 안건을 코풀어 쓰레기 통에 구겨버리거나 밑 닦개 휴지정도로 뭉개버리는 의원들의 발칙한 의사결정은 대의민주주의의 수치다. 타락한 의회 권력의 맨 얼굴이다.
도민만족도 50점인 도의원
사실 도의원들의 일탈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자치의회 20년을 관통하고 있다. 인용사례처럼 언행불일치에다 앞과 뒤가 다르다. 겉과 속 역시, ‘카멜레온 식’ 변화무쌍이다.
중국 고전 전국책(戰國策)에 ‘지초북행(至楚北行 )이란 말이 있다. 마음은 초나라에 있고 발길은 반대인 북쪽으로 향한다는 이야기다. ’마음 따로 몸 따로‘의 비유다. 행정사무조사 발의에 서명해 놓고 딴 짓거리를 즐겼던 ’13명 의원들 행태‘도 그렇다.
그러면서 거드름은 메달감이다. ‘제왕적 도지사’라고 씹어대면서 ‘제왕적 의원 나리’가 돼 간다. 집행부를 윽박지르고 공무원 위에 군림하려 한다. 지역구 챙기기 등 돈 냄새엔 하이에나처럼 염치도 없다. 할 일은 제대로 한 하면서 탐욕은 게검스럽다. 의원들을 보는 시정(市井)여론은 이처럼 칙칙하고 고약하다.
2012년 국무총리실은 제주도의원 의정활동에 대한 ‘도민만족도’를 조사했다. 결과는 50.1점. 한참이나 낙제점이다. 평가가 이러하다면 모닥불 뒤집어쓰는 뜨거운 부끄러움에 고개 숙일 일이다. 정신 차리라는 경고적 메시지다.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소신 있고 사명감 가진 열심한 의원들도 많다. ‘몇몇 미꾸라지같은 의원들’이 이들 얼굴에 먹칠하고 의회에 구정물 끼얹는 것이다. 심판은 표를 가진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