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영정지키던 시각장애인 집서 화재
2005-02-23 김상현 기자
부인 영정을 1년 가까이 지켜온 50대 시각장애인의 집에 화재가 발생해 집 전체가 모두 타고 부인 영정을 지키려던 장애인은 얼굴에 화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시각장애인인 고모씨(59.북제주군 구좌읍)의 집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난 것은 22일 새벽 1시 40분께.
고씨의 방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화재는 순식간에 번졌으며 잠을 자다 불이 난 것을 직감한 고씨는 스스로 불을 끄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고씨는 이 과정에서 얼굴에 화상을 입었으며 고씨의 집은 10여 분만에 완전히 전소됐다.
조사 결과 고씨는 지난해 3월 부인이 사망, 혼자가 된 뒤 자신의 방에서 초와 향을 피워 놓고 영정 앞에서 매일 같이 부인을 위해 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가 부인의 영정을 모셔왔던 이유는 10여 년 전 시각장애인이 된 자신을 위해 매일 같이 손과 발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구좌읍 행원리 고용언(56) 이장은 "시각장애인인 고씨는 술과 담배를 거의 하지 않는 착한 사람이었는데 집이 모두 불에 타 안타깝지만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서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중이다.